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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고우석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였다.
KBO 통산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 삼진율 25.5%를 기록한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말 예상을 깨고 포스팅을 요청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그에게 2년 보장액 450만달러를 내민 것은 마무리는 아니더라도 핵심 셋업맨으로 쓸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지난 2~3월 스프링트레이닝에서 모든 것이 틀어졌다. 고우석의 구속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다. 시범경기 동안 고우석의 직구 구속은 92~94마일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제구력도 날카롭지 못하다는 게 드러나면서 그는 결국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인 서울시리즈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시범경기에서 5이닝 동안 11안타 3볼넷을 내주고 평균자책점 12.60, 피안타율 0.393을 기록하자 '함량 미달' 판단을 내리고 마이너리그 더블A로 내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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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들쭉날쭉한 피칭을 반복한 고우석은 지난 5월 5일 트레이드를 통해 마이애미 말린스로 이적했다. 트리플A 잭슨빌 점보슈림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최근 안정된 피칭을 이어가고도 방출대기(DFA·Designated For Assignment)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마이애미 구단이 고우석을 메이저리그에 올릴 생각이 없어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한 것이다.
고우석은 트레이드→웨이버 공시(waiver)→마이너 잔류 혹은 방출(release)의 순서로 거취가 결정되는데, 스스로 방출을 요청해 FA가 돼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마이애미에서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니 기존 계약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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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마이애미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한 건 역시 구속 때문이다. 스탯캐스트는 트리플A 경기를 커버한다. 고우석이 잭슨빌 7경기에서 던진 직구 76개의 구속은 최고 95.7마일, 평균 93.3마일이었다.
메이저리그 전체 불펜투수들의 포심 직구 평균 구속은 94.6마일로 고우석은 그보다 1.3마일이 느리다. 웬만한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는 90마일대 후반, 100마일이 넘는 직구를 뿌린다. 강속구에 단련된 마이너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직구가 통할 리 없다. 고우석이 잭슨빌에서 36명의 타자를 상대해 잡은 삼진은 고작 3개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스카우팅리프트에 따르면 고우석은 KBO에서 최고 98마일의 직구를 뿌렸지만, 샌디에이고 스프링트레이닝에서는 92~94마일, 최고 95마일에도 미치지 못한 직구 스피드를 나타냈다'며 '샌디에이고는 당초 고우석을 경기 후반 불펜 후보로 기대했지만, 대신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냈고 이후 트레이드로 내보냈는데 이는 고우석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고우석의 구속은 마이애미 빅리그 투수들과 비교하면 최하위권이다. 현재 마이애미 불펜투수 8명의 구속을 들여다 봤다. 고우석보다 느린 투수는 한 명도 없다. 최고 구속도 모두 96마일을 상회한다.
마무리 태너 스캇은 최고 99.2마일, 평균 96.6마일을 찍고 있다. 앤서니 벤더(최고 97.6마일, 평균 95.4마일), 데클란 크로닌(96.2마일, 93.4마알), 캘빈 포셰(98.1마일, 95.6마일), 앤드류 나디(96.9마일, 94.2마일), AJ 퍽(97.3마일, 93.8마일), 식스토 산체스(98.2마일, 94.2마일), 버치 스미스(97.7마일, 94.4마일) 모두 고우석보다는 구속이 빨랐다.
고우석은 약 2개월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 구사 능력이 꽤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구력은 KBO 시절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난타를 당했다. 피안타율이 더블A에서 0.280, 트리플A에서 0.273이었다. 제구력이 뛰어나거나 발군의 변화구를 갖고 있으면 몰라도 빅리그 평균 이하의 구속 가지고 성공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LG 시절의 직구 구속을 보여줬다면 빅리그 신분은 물론 성적도 보장받았을 지 모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