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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BO가 28년을 함께 했던 이민호 심판위원을 잘랐다.
사건은 지난 14일 대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전 3회말 2사 1루서 이재현 타석 때 일어났다. NC 선발 이재학이 1S에서 2구째 던진 공이 ABS에는 스트라이크였는데 문승훈 주심이 볼이라고 선언한 것.
3B2S에서야 NC 강인권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하면서 알려졌다. 심판진은 4심 회의를 했고 이민호 심판 팀장이 마이크를 들고 "심판에게 음성에 전달될 때는 볼로 전달됐다. 그렇지만 ABS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라고 ABS의 오작동 가능성을 알렸다.
처음에 이민호 팀장은 "안들렸으면 안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되는데 넘어가버린 거잖아"라고 문제점을 말하더니 "도루할 때 음성에는 볼로 나왔는데 모니터에는 스트라이크로 찍혔어. 근데 또 그 다음에 1구를 던졌는데 뒤늦게 어필을 한거잖아. 지나간거니까 지나간 걸로 해야지. 확인 부탁한다고 해"라며 2루심을 규정 확인을 위해 심판실로 보냈다.
그 뒤에 이민호 팀장은 이어폰을 끼는 문승훈 주심과 추평호 3루심에게 "이렇게 하세요.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갈… 그거 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라고 했다. 문승훈 주심이 "지직거리고 볼 같았다"라고 말하자 이민호 팀장은 "같았다가 아니라 볼이라고 나왔다고 그렇게 하시라고. 우리가 안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 그리고 볼로 넘어갔는데 나중에 모니터를 보니까 이렇게 됐다고…"라고 했다.
ABS상황실 담당자는 당시 스트라이크라는 ABS 콜을 들었다고 했다.
이 사건이 커지면서 KBO는 발빠르게 사태 진화에 나섰다. 15일 이민호 심판 팀장과 문승훈 추평호 심판 위원에 대해 직무 배제를 결정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상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부분에 관심이 모아졌다. KBO측은 "단순한 오심 정도라면 상벌위원회를 열 수 있지만 지금 사안에서 오심은 일부분이고 추후 대처에 대한 문제라서 상벌위원회에서 모두 심의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판단돼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하기로 했다"면서 "직무 배제 상태에서 인사위원회를 진행해 최종 징계를 심의하는 것이 절차상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것에서부터 이번 사안이 심각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보여졌고, 크게는 계약 해지의 가능성까지 보였던게 사실. 심판이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거짓말을 모의한다는 것이 심판 전체와 나아가 KBO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보통의 징계로는 야구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예상이 많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잘못을 은폐하려고 했던 이민호 심판 팀장을 결국 계약해지 하기로 결정했다. 무려 28년 동안 함께 했던 인물과 냉철하게 이별하게 됐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