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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정후도 이렇게 기회가 왔었는데, 과연 황준서는….
프로는 기회가 중요하다. 안정적으로 기회를 얻으면,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자기 기량을 펼쳐보일 수 있다. 반대로 어렵게 한 타석, 한 이닝 나가면 거기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이 들어가고 경기를 망친다.
그래서 한화 이글스 특급 신인인 '리틀 몬스터' 황준서의 시즌 초반 행보가 흥미롭다. 황준서는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은 대형 좌완 유망주. 하지만 류현진-문동주-김민우라는 특급 토종 선발진에 가려져 개막을 2군에서 맞이했다. 아무리 훌륭한 신인이라고 해도, 아마추어와 프로 무대는 하늘과 땅 차이니 조금 더 프로 선수답게 몸과 구위를 가다듬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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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민우가 곧바로 로테이션에 돌아왔고, 황준서는 선발 기회를 잃었다. 최원호 감독은 황준서의 구위를 아까워해 2군에 내리지 않고 불펜으로 활용했다. 1군에서 던지고 싶은 열정이 넘치는 황준서는 중간에서도 맹활약했다. 4경기 실점이 없었다. 5경기 평균자책점이 0.84다.
그런데 또 선발 기회가 돌아올 분위기다. 김민우가 다시 아프다. 이번에는 팔꿈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일단 열흘 정도 지켜봐야 하고 그 때도 돌아올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대체 자원은 황준서 뿐이다. 그런데 황준서가 자신에게 주어질 2~3번의 선발 기회에서 또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그 때는 무작정 황준서를 로테이션에서도 뺄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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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서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다. 선배의 부상은 당연히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렇게 1군에서 주요 임무를 수행하면 신인왕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신인왕 유력 후보였던 김택연(두산)이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고, 혜성같이 등장해 맹활약하던 조병현(SSG)도 최근 2경기 주춤했다. 신인답지 않은 구위를 뽐낸 전미르(롯데)는 팀이 추락하며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 불펜에서 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임팩트를 남길 수 있지만, 선발로 활약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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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전 중견수 임병욱이 시범경기에서 다치며 얼떨결에 기회가 찾아왔고, 이정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타를 휘두르며 첫 시즌부터 자신의 자리를 꿰찼다. '초대박'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는 시발점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