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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강백호 포수 기용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포수 출전은 현실성이 있을까.
장성우가 선발로 나왔다. 그러다 김준태로 교체됐다. 강백호가 나왔다는 건, 김준태가 부상 등으로 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KT 관계자는 "김준태는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스윕, 대패 위기인데 팬 서비스를 할 상황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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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ABS(로봇심판)이 도입되자 '강백호 포수' 얘기를 꺼내기는 했다. 로봇 심판은 프레이밍이 필요 없다. 공을 흘리지 않고 잘 받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고교 시절까지 포수를 했던 강백호가 못 들어갈 일도 없다는 농담 섞인 언급이었다.
비록 1이닝이지만 이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시즌 초반 이 감독이 얼마나 답답한지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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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마운드도 힘들지만, 타선도 무기력하다. 1, 2, 3번 배정대, 천성호, 로하스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뒤가 침묵하고 있다. 해결이 안된다. 안타 수는 상대팀과 비슷한데, 득점은 천지 차이다.
그래서 타순을 효율적으로 짜고 싶을텐데, 외야 수비가 약한 강백호가 사실상 지명타자 고정이니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든다. 외야 수비가 강하다고 해도 KT는 이미 김민혁(조용호)-배정대-로하스의 외야진이 버티고 있다.
강백호, 박병호가 고정이면 문상철 등 다른 타자들의 자리가 없다. 문상철은 이날 박병호 대신 선발출전해 홀로 멀티홈런을 치며 KT의 마지막 자존심을 살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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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백호가 포수로 경기를 이끈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다. 프로 데뷔 후 포수로 출전한 건 총 3차례 뿐. 한화전 빼고는 엔트리에 포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들어간 경우다.
장성우 외 백업 포수들의 기량이 나아지지 않는 것도 이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잠시나마 '백업 포수' 강백호를 떠올리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아무리 프레이밍이 필요 없다 해도 포수는 볼 배합도 해야 하고, 블로킹과 2루 송구도 해야 한다. 포수로 수년째 뛰지 않았던 강백호가 주전으로 뛰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단, 어깨가 강해 감각만 찾으면 2루 송구는 나아질 여지가 있다.
너무 경기가 안 풀리니 뭐라도 해보고자 하는 이 감독의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또, 경기 막판 문상철 등을 대타로 활용할 때 포지션 공백이 생길 시 강백호가 포수로 1~2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를 테스트 하기 위한 의도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선수 운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