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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러면 시범운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걱정도 태산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로봇심판, 피치클락에 대한 파열음이 시작부터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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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장 감독들이 들고 일어섰다. KBO리그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요지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고, 신체적으로 서양 선수들에 비해 타고난 힘이 떨어지는 한국 투수들이 피치클락 제도 하에서 공을 던지면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 감독들의 작전 야구가 중심이 되는 KBO리그 특성도 불만을 부르고 있다.
KBO는 개막을 앞두고 피치클락에 대해 전반기 시범운영을 발표했다. 제도는 시행하되, 페널티 없이 시행해본 뒤 후반기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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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운영은 참 애매한 기준이다. 지키는 사람, 팀 있고 그렇지 않을 팀이 갈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페널티가 없더라도 다 같이 달라진 제도를 지킨다는 전제 하에 시행이 돼야 의미가 있는데 '우린 우리 갈 길을 가겠다'고 해버리는 팀이 나오는 순간 순식간에 무의미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미묘함 속에 승패가 갈릴 수 있는데 '지키는 팀만 바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9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4회 이후 LG는 총 1회(타자 1회) KT는 총 6회(투수 4회, 타자 2회) 위반을 했다. 투수들이 피치클락을 위반하며 숨 고르고, 힘 모아서 던지는 공 1개에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게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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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KT) 김태형(롯데) 베테랑 감독들은 전면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실상 폐지하라는 강도 높은 요구를 하고 있다.
반대로 염경엽(LG) 강인권(NC) 박진만(삼성) 감독 등은 팬들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옹호하고 있다. 염 감독이 선수들에게 '철저히 피치클락을 지키라'고 지시한 LG는 2경기 통틀어 단 1번의 위반 사례만 나왔다. 그것도 투수 아닌 타자였다.
감독들마다도 의견이 다르다. 정규시즌 충돌 여지가 충분하다. 제도가 변하면, 장단점이 존재한다. 성향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는 일이다. 그러기에 KBO의 의지가 중요하다. 최고 기구가 제도를 정하면, 리그에 참가하는 소속 구단들은 이를 따라야 한다. 그게 법이다. KBO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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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 없이 '그냥 지키세요' 하면 이게 지켜질 문제가 아니었다. 무의미한 심판 구두 경고로 오히려 경기 시간이 늘어나고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정규시즌 개막 전 어떻게든 확실한 정리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소신대로 밀고 나가든, 현장 의견을 반영해 자존심 버리고 제도 시행을 유예하든 선택을 해야 한다.
시범운영을 유지할 거라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각 팀들이 큰 틀에서 규칙 준수를 하며 경기를 치르도록 하는 최소한의 강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한 선수가 몇 회 이상, 한 팀이 몇 회 이상 위반하면 시범운영 중이라도 페널티가 적용돼야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을 듯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