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KT 위즈가 창단 첫 비FA 다년계약에 합의했다. 팀의 간판 투수 고영표와 5년 총액 100억원 계약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KT는 고영표가 이번 계약을 통해 팀의 영구결번 선수까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메디컬테스트다. 창단부터 함께 해온 선수인 만큼, 건강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지만 큰 계약을 앞두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겠다는 뜻.
최근 이슈도 무시할 수 없다. LG 트윈스 함덕주 사례다.
그렇게 FA 계약을 맺었는데, 곧바로 수술 소식이 날아들었다.
함덕주는 계약 전 건강함을 어필했다. 문제는 메디컬테스트를 계약 전 실시한 게 아니라, 계약 후 좋지 않았던 팔꿈치 부위를 살피는 과정에서 부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메디컬테스트라는 건, 선수가 새 팀으로 옮기거나 원 소속팀이어도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 진행할 수 있는 수순이다. 구단이 큰 돈을 쓰는데, 몸이 생명인 선수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건 당연한 권리다.
|
장벽이 된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해 겨울 카를로스 코레아 사건이다.
3억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계약 진행 과정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메츠의 메디컬테스트를 연속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그걸 알고도 코레아를 품었다. 선택은 구단의 몫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상한 문화가 그동안 자리잡고 있었다.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하는 걸, 자신을 못믿는다거나 자존심 상하게 하는 행위라고 받아들이는 선수들과 에이전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내 몸상태를 의심해? 난 그런 구단과 계약 안해'라는 인식에 구단들이 눈치를 보고 정당한 권리를 내세우기 힘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인기가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우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 놓칠까 구단들이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다. KBO리그에서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하고 FA나 다년 계약을 맺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하지만 규정에는 구단이 메디컬테스트를 요구할 권리가 분명히 명시돼있다.
|
KT가 역사에 남을 계약에 성공했는데, 이번 고영표 사례를 통해 선수들의 메디컬테스트 문화도 건강하게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단-선수 모두 장기적으로 윈-윈 할 수 있는 길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