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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대표팀이 호주전에 패배한 다음날. 한일전 직전에 만난 이나바 아쓰노리 전 일본대표팀 감독은 필자에게 이런말을 했다. "박해민을 선발라인업으로 기용하면 좋지 않을까요?"
메이저리거인 에드먼은 뛰어난 선수지만 한국의 특공 대장 역할이 맞는 선수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 일본은 에드먼과 비슷한 입장인 라스 눗바를 1번으로 기용하고 있지만 둘은 플레이 스타일이나 대표팀과의 인연이 다르다. 에드먼의 경우 1번보다 상위타순에 연결하는 역할이 잘 어울려 보여, 1번은 박해민이 배치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에드먼은 계속 1번으로 기용되고 1라운드 3번째 경기인 체코전에서 겨우 9번으로 출장. 첫 타석에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해 자기 역할을 했다. 또 박해민의 1번 출장은 한국의 1차 라운드 탈락이 결정한 뒤에 열린 중국전 때 실현됐다. 박해민은 첫 타석에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폭투 등으로 3루에 진루해 3번 이정후의 적시타로 선취의 홈베이스를 밟았다. 박해민은 3회의 세번째 타석 때 번트안타를 성공하고 그 날 4타수 3안타 3득점이라는 활약을 보였다.
이나바 씨는 선수로서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제2회 WBC에서 한국이란 대결해 왔다. "한국은 항상 어떤 공격을 할 지 모르는 무서움이 있다" 고 자주 말한다. 같은 이야기를 구리야마 히데키 현 일본감독도 한다. 번트안타나 투수를 흔들려고 하는 주루가 한국의 장점이라고 둘은 보고 있다.
"아군이 생각하는 장점과 상대가 싫어하는 점은 다르다." 한국의 경기를 보면서 일본의 야구인들은 말한다. 세대교체나 전력강화는 쉽게 할 수 없지만 단기전에서 이기기 위한 대책은 즉시 대응이 가능하다. '일본 야구인들이 보는 한국야구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런 의견 교환이 지금 한국에는 필요하지 않을까.
이나바씨는 한일전 종료후 필자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한국야구는 (이 정도가 아니고)더 센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켜 보겠습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