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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과 나카타 쇼는…" WBC 日 대표팀 사령탑의 소신, "야구 빼앗으면 안돼"[무로이칼럼]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10-31 15:17 | 최종수정 2022-11-01 07:48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0.24/

지난 24,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간 플레이오프 1,2차전. 일본야구대표팀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61)이 내한했다.

방문 목적은 내년 3월에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비해 한국 선수들을 직접 보기 위해서 였다. 필자는 그 이틀 동안 구리야마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키움의 에이스 투수 안우진(23)에 대한 이야기였다.

구리야마 감독에게 안우진은 잘 모르는 생소한 투수였다.

1차전 경기 초반 '안우진은 올시즌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의 강속구 우완으로 15승을 기록한 젊은 한국 최고 투수다. 하지만 고교 시절 폭력 사건 때문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선발될 수 없다. WBC는 그 대상이 아니지만 발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필자의 설명을 듣고 알게됐다.

1차전 5회말 종료 후 구리야마 감독은 한국 미디어와 인터뷰를 했다.

안우진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구리야마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여러 사정이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가지 일이 있겠지만 젊은이들이 야구를 통해 세계로 나아가 잘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야 (한국의) 좋은 투수가 (WBC에) 안 나온다면 이기기 쉬워지고 좋지만, 그것보다는 그(안우진)가 더 크게 성장하기를 응원합니다."

그 다음날, 구리야마 감독에게 전날 안우진에 대한 코멘트가 화제가 된 사실을 전했다. 외국에서 발언의 여파가 커졌을 경우 본인도 모르는 사이 비판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리야마 감독은 필자의 걱정과 달리 오히려 안우진에 대해 강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쁜 짓을 하면 죄를 갚거나 사과는 해야 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부활할 기회는 줘야합니다. 야구인이라면 뛰어난 선수에게 활약할 무대를 제공해야 합니다. 제 발언이 (안우진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매우 기쁩니다."


사실 구리야마 감독은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 시절 안우진 사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작년 8월 니혼햄의 간판타자였던 나카타 쇼(당시 32세)가 후배선수를 폭행했고, 니혼햄 구단은 나카타에게 전 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구리야마 감독은 니혼햄에서 더 이상 나카타를 지킬 수 없었지만 그의 미래를 생각했다.

친분이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하라 다쓰노리 감독에게 직접 전화해 나카타의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나카타는 요미우리에 무상으로 이적했다. 구리야마 감독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저는 나카타에 대한 대응으로 인해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카타)쇼에게서 야구를 빼앗으면 안 됩니다."

구리야마 감독은 젊은이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다. 고교졸업 후 교사를 많이 배출하는 국립대학인 도쿄학예대학에 진학해 초,중,고교의 교사 자격을 취득해 선수생활은 짧았지만 은퇴 후에는 대학교 교수도 맡은 유일한 야구인이다.

구리야마 감독에게 안우진의 WBC 참가에 대해 한국 내 여론은 반대가 많다는 사실을 전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안우진)가 안 나와서 우리가 WBC에 우승했더라도 그것은 진짜 세계 1등이 아니다. 마음속으로 진심 기쁠 수 있을까요. 어딘가에선가 하느님이 보고 있을 것입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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