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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칠 수 없었던 완벽한 공" 넉살 좋은 서울고 후배의 복수혈전, 오늘은 무슨 문자를?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9-30 22:44 | 최종수정 2022-10-01 11:16


2022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2사 1,2루 LG 정우영이 NC 박건우를 삼진처리하며 이닝을 마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9.30/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정우영이 절친한 선배 형에게 설욕했다.

정우영은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13차전에서 2-1로 앞선 7회초 2사 만루 절체절명 위기에서 선발 켈리에 이어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타석에는 서울고 선배 박건우. 거의 10년 차가 나지만 정우영 특유의 붙임성으로 연락을 수시로 주고 받는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두산 시절이었던 지난 3년 간, 정우영은 박건우의 천적이었다. 6타수무안타 1삼진.

박건우는 "우영이 공은 정말 어떻게 준비를 해도 잘 안 된다. 우영이가 맨날 문자로 농담 삼아 '형, 감사합니다' 이렇게 보낸다"며 난감해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딱 한번 정우영 공략에 성공했다.

지난 24일 창원NC파크에서 LG와의 시즌 10차전. 박건우는 홈런 포함, 4타수4안타 3타점 맹활약으로 6대1 승리를 이끌었다. 1-0 리드를 잡은 5회 1사 2,3루에서 박건우는 바뀐 투수 정우영의 2구째 150㎞ 투심을 당겨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큰 바운드 땅볼타구가 3루수 키를 훌쩍 넘었다. 3-0을 만드는 적시타였다.

난공불락 후배를 상대로 데뷔 첫 안타를 뽑아낸 박건우는 당시 "1루에 나가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재수가 좋았다. 정말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다"며 웃었다. 그날 정우영은 평소와 달리 '형, 너무해요 ㅠㅠ' 라는 문자를 보냈다.


2022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2사 만루 NC 박건우가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8.10/

30일 잠실에서 열린 리턴매치. 결과는 후배의 복수혈전이었다.

초구 152㎞ 몸쪽 투심을 마음먹고 돌렸지만 파울. 2구째 154㎞ 투심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3구째 152㎞ 투심은 볼.

반응이 없자 정우영은 바깥쪽 155㎞ 투심을 던져 박건우를 얼어붙게 했다. 루킹 삼진. 가장 큰 위기를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위기를 넘긴 LG는 결국 한점 차 리드를 지키고 1대0으로 승리했다.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은 정우영은 34세이브째로 데뷔 첫 타이틀인 홀드왕을 확정했다.

반면, 타격왕 경쟁중이던 박건우는 이날 3타수무안타로 시즌 타율이 3할3푼9리로 떨어졌다.

"건우 형이 2구째 안 치시길래 솔직히 '내 공이 좋아서 배트가 안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깥쪽 보고 그냥 세게 자신 있게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온 것 같아요."

정우영과 호흡을 맞춘 포수 유강남은 "몸쪽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 바깥쪽으로 유도했다. 그 누구도 칠 수 없는 완벽한 공이었다"고 극찬했다.

이날 경기 후 박건우 정우영 두 선후배 간에는 과연 어떤 문자 내용이 오갈까.

분명한 사실은 이 순간이 이날의 가장 큰 승부처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선배 박건우에겐 또 한번 후배에게 갚아야 할 빛이 생기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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