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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정우영이 절친한 선배 형에게 설욕했다.
두산 시절이었던 지난 3년 간, 정우영은 박건우의 천적이었다. 6타수무안타 1삼진.
박건우는 "우영이 공은 정말 어떻게 준비를 해도 잘 안 된다. 우영이가 맨날 문자로 농담 삼아 '형, 감사합니다' 이렇게 보낸다"며 난감해 할 정도였다.
지난 24일 창원NC파크에서 LG와의 시즌 10차전. 박건우는 홈런 포함, 4타수4안타 3타점 맹활약으로 6대1 승리를 이끌었다. 1-0 리드를 잡은 5회 1사 2,3루에서 박건우는 바뀐 투수 정우영의 2구째 150㎞ 투심을 당겨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큰 바운드 땅볼타구가 3루수 키를 훌쩍 넘었다. 3-0을 만드는 적시타였다.
난공불락 후배를 상대로 데뷔 첫 안타를 뽑아낸 박건우는 당시 "1루에 나가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재수가 좋았다. 정말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다"며 웃었다. 그날 정우영은 평소와 달리 '형, 너무해요 ㅠㅠ' 라는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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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잠실에서 열린 리턴매치. 결과는 후배의 복수혈전이었다.
초구 152㎞ 몸쪽 투심을 마음먹고 돌렸지만 파울. 2구째 154㎞ 투심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3구째 152㎞ 투심은 볼.
반응이 없자 정우영은 바깥쪽 155㎞ 투심을 던져 박건우를 얼어붙게 했다. 루킹 삼진. 가장 큰 위기를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위기를 넘긴 LG는 결국 한점 차 리드를 지키고 1대0으로 승리했다.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은 정우영은 34세이브째로 데뷔 첫 타이틀인 홀드왕을 확정했다.
반면, 타격왕 경쟁중이던 박건우는 이날 3타수무안타로 시즌 타율이 3할3푼9리로 떨어졌다.
"건우 형이 2구째 안 치시길래 솔직히 '내 공이 좋아서 배트가 안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깥쪽 보고 그냥 세게 자신 있게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온 것 같아요."
정우영과 호흡을 맞춘 포수 유강남은 "몸쪽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 바깥쪽으로 유도했다. 그 누구도 칠 수 없는 완벽한 공이었다"고 극찬했다.
이날 경기 후 박건우 정우영 두 선후배 간에는 과연 어떤 문자 내용이 오갈까.
분명한 사실은 이 순간이 이날의 가장 큰 승부처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선배 박건우에겐 또 한번 후배에게 갚아야 할 빛이 생기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