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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하나 던지고 '툭'. 투수로 간 일본에서 부상... 타격부터 시작한 김라경의 도전[무로이 칼럼]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2-09-05 13:12 | 최종수정 2022-09-05 18:26


타격 훈련하는 김라경. 사진제공=무로이 마사야

한국 여자야구의 에이스 김라경(22)은 지난 6월 일본의 강호 여자야구팀 아사히 트러스트에 입단했다.

김라경은 중학생 시절부터 시속 100㎞를 넘는 직구를 던지는 야구소녀로서 주목을 받은 투수다.

그런데 투수인 그가 방망이를 잡았다.

지난 6월 25일 김라경은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첫 등판을 했다. 하지만 그 초구에 상상도 못 한 일이 생겼다.

"1이닝 던질 예정이었는데 긴장감이 컸고,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마운드를 잘 못 밟는 바람에 다리가 흔들렸습니다. 그러면서 던진 순간 '툭' 소리가 났고, 그 후 던지지 못하게됐다"면서 "내가 일본에 와서 남긴 기록은 '초구, 몸에 맞는 볼, 골절, 강판'뿐이다"라고 했다.

진단 결과는 오른쪽 팔꿈치의 박리골절. 김라경이 여태껏 경험한 적이 없는 큰 부상이었다.

"보여주는 것도 없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일본에 오기 위해 2년 가까이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다 무산된 느낌이 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분했다."

그런 김라경의 마음을 아사히 트러스트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김라경과 아사히 트러스트의 인연은 짧지 않기 때문이다. 아사히 트러스트와 한국의 여자야구계는 계속 교류를 해왔다. 또 김라경은 16세 때 대표선수로서 참가한 2016년 여자야구 월드컵의 슈퍼라운드 일본전에 선발등판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대표의 4번타자였던 아리사카 유리카는 32세가 된 현재도 아사히 트러스트의 4번타자로서 활동중이다. 김라경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김)라경은 다른 한국 여자선수에 비해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해서 공도 빠르고 센스도 좋고, 수준이 높았다. 지금은 같이 야구를 하는데 아주 착하고 야구에 대해 항상 진지하게 다가가고 있다고 느낀다"는 아리사카는 "다쳤을 때는 크게 쇼크를 받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김라경에 대해 말했다.


일본 아리사카 유리카. 사진=여자야구월드컵 대회본부
재활중인 김라경은 훈련 때 투구나 송구는 하지 않고 타격 역시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코치에게서 "혹시 팔꿈치가 아프지 않으면 라이브 배팅을 쳐도 된다"는 제안을 받았다. 현재 김라경은 대화에 전혀 문제 없을 정도로 일본어가 가능한 상태. 그 말에 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김라경였지만 아리사카가 그를 말렸다. "무리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고, 아리사카의 조언을 받은 김라경은 라이브 배팅이 아닌 코치나 야수가 던진 공을 치는 티배팅 타격훈련만 소화했다. 김라경의 타격을 본 감독이나 코치들은 "그렇게 강한 스윙을 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감탄했다.

김라경은 "부상을 당한 바람에 감독님과 코치님, 선수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회복하고 같이 하자고 항상 응원해주신다. 덕분에 내가 잘 적응하고 힘내고 있다"며 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했다.

김라경이 일본에서 야구를 하는 목적 중 하나는 한국의 여자야구 발전을 위해 여자야구의 저변이 커지고 있는 일본의 시스템을 알기 위해서다. 지금 김라경은 선수로서는 고생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일본의 여자 야구인들의 따뜻함을 체험하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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