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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텅! 하늘 높이 솟은 타구가 그대로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21세 마무리 최준용,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팬들의 가슴이 내려앉는 소리였다.
1-1로 맞선 7회말. 롯데는 볼넷과 안타로 1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타석에는 이틀 연속 유독 운이 따르지 않은 김혜성.
김혜성의 타구는 2루수 안치홍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 2루 오른편에서 타구를 걷어올린 안치홍은 주자 이용규를 태그하고 1루에 송구하는 단독 병살을 노렸다. 하지만 영리한 이용규는 그 자리에 멈춰 안치홍의 태그를 피했다.
뒤이어 2사 2,3루 위기가 이어졌고, 이정후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롯데는 2점을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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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은 선행주자 대신 타자를 선택했고, 그 결과 스코어링 포지션에 두 명의 주자를 허용했다. 하마터면 초대형 실책이 나올 뻔했다. 차라리 그냥 2루를 선택했다면 2사 1,3루, 이정후의 적시타 때 1실점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안치홍의 이 선택은 10회말 범한 뼈아픈 실수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즌 첫 등판에서 멀티이닝을 소화한 마무리 최준용의 32구 역투를 허사로 만들었다.
다음날은 휴식일인데다 이미 개막전을 큰 전력소모 없이 잡은 롯데로선 개막 2연승을 노려볼만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8회 1사 1루에서 최준용을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최준용의 자신만만한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8~9회 5타자를 삼진 2개 묶어 연속 범타 처리한데 이어 10회말에도 이날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이정후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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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이그의 타구는 2루수 왼쪽으로 높게 떠올랐다. 흔히 말하는 '애매한 위치'가 아니라 명백한 내야 뜬공이었다.
하지만 고척돔의 회색 천장이 변수가 됐다. 고척돔에 익숙지 않은 안치홍은 순간적으로 공을 놓쳤다. 우익수 피터스가 소리를 치며 뒤늦게 뛰어내려왔지만, 이미 공을 잡기엔 늦었다. 그대로 떨어진 공은 2m2 피터스의 머리보다도 한층 높게 튀어올랐고, 그사이 푸이그는 2루까지 내달렸다.
푸이그는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며 화려한 세리머니까지 곁들여 활짝 웃었다. 규정상 이는 실책이 아닌 안타로 처리된다. 푸이그의 타율이 오르고, 만약 푸이그가 홈을 밟을 경우 최준용의 평균자책점도 오른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다음타자 전병우가 힘빠진 최준용의 직구를 통타, 그대로 좌익선상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롯데의 개막 2연승 꿈은 그렇게 사그러졌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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