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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스토리] 홈런 군단 LG, 'X-존' 흑역사를 아시나요?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0-09-04 03:21 | 최종수정 2020-09-04 06:02


3일 잠실 NC전 8회말 2사 1,3루, LG 박용택이 역전 3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홈런 치기 가장 힘든 잠실구장을 쓰고 있는 LG가 홈런 군단이 됐다. 'X-존'까지 써야했던 과거의 소총부대가 아니다.

3일 잠실 NC전에서 맏형 박용택이 8회 짜릿한 역전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라모스가 21년 만에 LG 한 시즌 최다홈런 타이인 30홈런을 기록한 가운데 박용택도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쳤다. 박용택의 홈런으로 팀홈런 111개를 기록한 LG는 NC의 126개에 이어 팀홈런 2위를 달리고 있다.

LG팬이라면 믿기 힘든 순위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쓰며 LG가 홈런으로 두각을 나타낸 적이 거의 없었다. 동대문구장을 홈으로 쓰며 백인천이 활약했던 1982년 2위, 1996년 2위, 그리고 X-존을 운영했던 2010년 3위가 전부다. 나머지 시즌은 항상 하위권을 맴돌았던 LG다.


95년 홈런왕 김상호, 98년 우즈, 2018년 김재환
같은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이 꾸준히 홈런왕을 배출한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95년 김상호, 98년 우즈, 2018년 김재환이 홈런왕에 올랐다. 특히 우즈와 김동수, 심정수-우동수 트리오가 활약하던 시기의 두산은 소총부대 LG에게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었다.

LG에게 홈런은 목마름 그 자체였다. 2009년 김재박 감독의 LG는 두산에게 잠실구장 외야 펜스를 당기자는 제안을 했다. 두산은 거절했다.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맘껏 뛰놀며 빠른 발야구를 펼치고 있던 두산이 펜스를 당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또 꾸준히 홈런왕을 배출한 두산에겐 홈런 콤플렉스도 없었다.



결국 LG 경기 때만 잠실구장 외야에 이동식 펜스가 등장했다. 'X-존'이다. 중앙 외야를 4미터 앞당긴 펜스가 설치됐다. 2009년 LG는 129개로 8개구단 중 6위의 팀홈런을 기록했다. 약 절반인 62개의 홈런이 X-존에 떨어졌다. 용병 페타지니도 26개의 홈런 중 8개를 'X-존'에 떨어뜨리며 효과를 봤다. 팀홈런 1위는 SK의 166개. 두산은 120개로 8위를 했다.

2010년에도 X-존은 유지됐다. LG는 팀홈런 121개로 3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X-존이 없는 두산이 오히려 149개로 2위를 차지했다. 두산 타자들의 파워가 4미터 차이를 능가했다. 2010 시즌은 롯데가 팀홈런 185개로 1위에 올랐다.

X-존을 운영한 2년 동안 LG의 순위는 7위와 6위에 머물렀다. 잠실구장을 찾은 원정팀의 홈런도 급증하며 투수들의 부담이 커졌고, 거포보다 중장거리 타자가 많은 LG가 오히려 손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2010년을 끝으로 X-존은 폐기됐다.


토종 홈런왕은 물론이고 외국인 타자도 거포가 없었던 LG에게 올 시즌은 특별하다. 라모스가 30개의 홈런을 치며 KT 로하스와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3.3경기당 1홈런을 친 라모스는 남은 45경기에서 산술적으로 14홈런을 칠 수 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선수 중 최다홈런을 기록한 김재환의 44홈런 기록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라모스 효과는 다른 타자들에게도 도움이 됐다. 김현수 20개, 유강남 13개, 오지환 9개, 채은성 9개, 이형종 8개 등 선수들 골고루 홈런포가 터지며 팀홈런 2위를 함께 이끌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박용택도 2게임 연속 홈런포로 홈런 군단 맏형의 체면을 세우고 있다.


3일 NC전에서 6대5 역전승을 거둔 LG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박용택의 역전 결승포로 6연승을 질주한 3위 LG가 어느새 1위 NC를 2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4위 두산을 3게임차로 밀어냈다. 화끈한 홈런포와 함께 점점 치고 올라가는 순위에 LG팬들이 신났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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