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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4~5이닝 정도 끌어줬으면 좋겠다."
기회는 생갭다 일찍 찾아왔다. 허 감독이 2~3선발로 구상했던 벤 라이블리, 백정현이 잇달아 부상으로 이탈했다. 퓨처스(2군)리그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 중이던 허윤동이 대체 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2군에서 피안타율 1할9푼, 14개의 탈삼진 등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지만, 그에 대한 시선은 반으로 나뉜 게 사실. 허 감독 역시 "신인이지만 (4~5이닝을 끌어 갈) 능력이 충분한 선수다. 압박감만 해소된다면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면서도 선발 로테이션 안착 여부를 두고는 "당장 된다, 안된다를 말하긴 이른 것 같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신인에겐 역시 부담스런 무대였을까. 허윤동은 1회말부터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1회말 선두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킨 뒤 볼넷을 내줬다. 이대호와의 2S 승부에선 폴대를 살짝 넘기며 홈런 판정을 받았던 타구가 비디오판독으로 파울로 정정되며 실점 위기를 넘겼지만,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 상황에 놓였다. 야수 도움 속에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2회에도 2루타, 볼넷 2개로 다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허윤동은 전준우, 손아섭을 연속 범타 처리하는 '강심장'을 과시하며 또다시 무실점 이닝을 만들었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 속에 안정을 찾은 허윤동은 5회까지 97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버틴 뒤 교체됐다. 5이닝 4안타 4볼넷(1사구) 1탈삼진 무실점. 직구 최고 구속은 139㎞에 불과했지만, 묵직한 구위와 베테랑 포수 강민호의 리드 속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타자들과 맞섰다. 고교 무대를 평정한 뒤 소형준과 함께 올 시즌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전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쾌투였다. 고졸 신예를 앞세워 위기 탈출을 도모했던 허 감독의 믿음에도 완벽하게 부응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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