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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美日 거쳐 국가대표까지' 하재훈을 응원하는 인연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20-04-21 07:53


지바(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1.12

작년 가을에 열린 국제 야구대회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이 미국 대표팀과 맞붙은 11월 11일, 일본 도쿄돔 중앙지정석 맨 앞줄에 눈에 띄는 남성 2명이 앉아있었다.

SK 와이번스 홈 유니폼과 '인천' 올드 유니폼을 입은 두 남성. 그들의 등에는 배번 13, 투수 하재훈의 이름이 마킹돼 있었다. 한국에서 일본까지 야구를 보러 온 열정적인 SK팬일까. 아니면 하재훈이 2016년에 뛰었던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팬일까.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봤는데, 둘 다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하재훈의 일본 시절 통역 담당과 에이전트였다.

야쿠르트 시절 하재훈의 통역을 담당했고, 지금은 야쿠르트 구단에서 근무 중인 시미즈 마오씨(28)는 하재훈이 국가대표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경기 전에 애국가를 듣고 닭살이 돋았습니다. 지금까지 (하)재훈 선수의 가족들이 고생했던 것을 알기에 더욱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또 하재훈의 에이전트였던 일본 출신 김홍지(39) 변호사도 하재훈이 대표팀 일원으로 그 자리에 섰다는 사실에 감격해 했다.

"일본에서는 본인의 의지로 타자로 뛰었지만, 그 당시에도 투수로서 가지고 있는 능력은 최고였습니다. 독립리그 코칭스태프도 하재훈 선수에게 투타겸업을 추천했고, 소프트뱅크 호크스 3군과의 경기에서 볼 회전수가 2700rpm이나 나왔습니다. 이것이 투수로서 KBO리그에서 주목 받게 된 동기가 됐습니다. 그런 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투수로 국가대표까지 됐습니다. 정말 기쁩니다."

시미즈 씨는 하재훈보다 1년 어리지만, 하재훈을 장난끼 많은 동생처럼 보고 있었다. "하재훈 선수는 개구쟁이라서 그당시 생활에 대해 제가 자주 설교를 했고, 서로 말다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재훈 선수는 모두가 그를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지내며 해외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언어장벽을 극복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팀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잘했습니다."

비록 하재훈은 타자로서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시미즈씨에게 "후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에게 있어 일본에서 보낸 시간이 '의미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프리미어12' 도쿄돔 제일 앞 좌석 티켓은 하재훈이 시미즈씨와 김 변호사를 초대하기 위해 준비한 자리였다. "하재훈 선수가 원래 그런 배려까지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놀랐습니다. 그가 보내는 진정한 감사 표현이라고 느꼈습니다"라고 두 사람은 말했다.

시미즈씨와 김 변호사는 일본에서 계속 하재훈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다. "다음은 도쿄올림픽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하재훈은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견뎠다. 그 어려운 여정을 지켜본 사람들이 많다. 또 지금의 활약을 보며 기뻐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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