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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최고의 하루, 다음날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박한이는 하루 전인 26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자녀의 아이스하키 운동 참관 후 지인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고 밝혔다.
사건 경위를 전달받은 삼성은 이날 곧바로 KBO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그리고 박한이는 고심 끝에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로서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 박한이는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내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하기로 했다. 징계, 봉사활동 등 어떠한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분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이를 태워 보내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이 불찰이었다. 밤새 잠을 푹 잤으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불렀다.
박한이는 삼성을 상징하는 살아 있는 레전드다. 2001년에 입단, 19년간 원클럽맨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이날 너무나도 갑작스런 은퇴 선언 전까지 통산 2127경기에서 2174안타로 0.294의 타율과 146홈런, 906타점, 1211득점을 기록했다. 변함 없는 실력 뿐 아니라 야구장 안팎에서 그야말로 야구와 삼성 밖에 모르던 성실한 선수였다.
불혹의 나이가 되면서 피할 수 없었던 '에이징 커브'에 남몰래 마음고생이 컸다. 팀 성적도 하위권을 맴돌면서 자책감도 없지 않았다. 야구장에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솔선수범하며 먼저 준비하던 최고참 선배. 26일 역전 끝내기 결승타 경기는 모처럼 '박한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던 짜릿한 순간이었다.
근래 들어 가장 기분이 좋았던 날, 권하는 술을 피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근 20년간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선수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던 공든 탑이 단 한번의 오판으로 모래성이 되고 말았다.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다음날, 박한이는 최악의 하루를 맞닥뜨리고 말았다. 팬들을 전율하게 했던 짜릿한 역전 결승타가 현역 마지막 안타가 될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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