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인식 KBO총재 고문 인터뷰①]"리빌딩? 우리 선수층으로 쉽지 않아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9-03-22 09:30


김인식 KBO총재 고문은 미국 메이저리그식 리빌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017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마지막 현장이었다. 이후 2년이 흘렀다. 외부에서 바라본 한국야구는 명과 암이 모두 존재한다고 했다. 그래도 원로의 눈에는 좋지 않은 면이 크게 부각되는 법. KBO와 구단들을 향해 사안의 본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영원한 '국민감독' 김인식 KBO 총재 고문(72). 지난 20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김 고문과 만나 프로야구 현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총재 '고문(顧問)'으로 여전히 프로야구에 관여하지만, 현장을 떠난 외로움은 '고문(拷問)'에 비유할 만하다. 기자를 본 김 고문은 "오랜만이네. 이제 곧 바빠지겠어"라며 친근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나지막하게 또박또박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힘은 현역 시절 그대로였다. 그래도 몸은 한가하지 않단다. 여기저기 불러주는 자리에 가는 전철 안에서 알아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김 고문은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다. 자리도 양보해주시고. 지낼 만하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김 고문과의 인터뷰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①KBO와 구단들에 던지는 고언

②감독과 선수들에 던지는 조언

③김경문 감독과 류현진에 던지는 응원

-총재 고문으로 계신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총재님은 1년에 몇 번 못 뵀는데, 그래도 다른 분들이 총재를 모시고 하니까. 식사 자리는 몇 번 했어요. 1년간 시행착오도 있고 해보셨으니 이제부터 '이런 게 모자랐구나', '이런 게 필요하겠구나' 느끼셨을 겁니다. 야구 감독할 때도 그렇지만, 아는 만큼 되는 게 아니거든요.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지요. 그런 것들을 많이 느끼셔서 '이런 부분은 이렇게 처리하고 이런 부분은 여기다 물어봐야겠구나' 생각하실 겁니다.

-2017년 WBC 후 현장을 떠났는데 지금 프로야구를 어떻게 보십니까.


다 좋은데 나는 감독을 할 때도 리빌딩이라는 걸 싫어했어요. 한국은 아직 선수층이 얇습니다. 리빌딩으로 수년 안에 금방 채워질 수는 없죠. 고참, 중참, 신참을 다 쓰는게 정상이 아닌가요. 우리가 메이저리그를 자꾸 말하는데 거기하고 우리는 다르지요. 그 나라의 경제, 제일 중요한 게 경제 아닌가요. 구단의 능력, 수입, 이런 것들이 우리하고는 다르지요. 물론 기술적으로 배울 거는 있지만, 거기하고 맞춰서 할 수 있는 것만 따져야 되는 게 아닌가 해요. 우리 나름대로의 갈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거죠. 매번 적자 타령만 할 수는 없고, 돌파구를 찾아야 되는 거 아닌가 합니다.

-결국 구단이 흑자 구조로 가야 한다는 말씀 같습니다.

프로야구가 38년이 됐습니다. 이제는 한 두팀이라도 흑자가 나야 하지 않을까요. 선수와 구단들, 매스컴이 전부 하나가 돼서 거기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활발하게 해야 됩니다. 적자 폭을 줄여야 하죠. FA 제도도 손봐야 되고, 모그룹에서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어지는 상황이 오면 안돼요. 일본 요코하마의 경우 최근 마케팅을 잘해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하는데, 우리도 구단이 우선 연구해야 된다고 봐요.

-FA 제도, 에이전트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FA는 구단이 만들어 놓은 겁니다. 이제 에이전트도 생겼지요. 에이전트는 야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선수하고 얘기하면서 얼마정도 받았으면 좋겠다 이러는데, 이 팀이 필요한 게 뭐고 이 선수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가 정확히 나와야 금액도 나오는 것입니다. 에이전트도 야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거죠. 잘 하는 선수가 많이 받고, 빈부차가 벌어지는 건 프로에서는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구단이 애초에 터무니 없게 몸값 수준을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어떻게 하려니까 문제가 되는 거라고 봅니다.

-현대야구에서는 전력분석 파트를 강조하는데요.

그건 과거에도 있었어요. 29년 전에 쌍방울 창단할 때 미국인 마티 코치가 있었는데, 그 코치가 직접 촬영을 해서 연습이 끝나면 저녁에 선수들 불러 하나하나 보여주더군요. 그때 분석 자료가 투수만 46가지가 됐는데, 그걸 지금은 분석팀에서 따로 하잖아요. 그런 것이 지금은 보다 발달이 돼서 데이터 분석이 공 회전도 나타나고 아주 많아요. 그렇지만 결국 선수가 해야 됩니다. 왜 안되는가 하는 의문점이 생기는데, 그 문제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고 봐요.

-작년 시즌 끝나고 4팀의 감독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감독 평가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10개팀 모두 최고의 성적을 내야 한다고 하는데. 물론 그런 것도 필요하지만, 단장부터 프런트나 감독하고 우리가 과연 전력이 몇 위 정도 갈 수 있냐가 처음부터 분석이 나와야지요. 그리고 싸워야 되는 건데 그것도 없이 전부 똑같이 우승을 해야 된다고 하는 게 문제입니다. 모아온 선수들이 어느 정도인가 따질 줄도 모르면서 우승만 말하는 건 아니다 싶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죠. 과거 롯데가 최고의 멤버가 갖춰졌을 때 미국 감독을 데려온 이유는 우승 아니었나요. 그런데 아쉽게도 플레이오프에서 끝났어요. (로이스터)감독 얘기라기보다는 그때는 그 이상의 성적을 올렸어야 됩니다. 작년에도 그런 팀이 있는데, 충분히 올라갈 팀이었는데 못 올라갔어요. 감독 평가라는 게 무조건 우승이다 이래서도 안되고, 또 어느 정도 강팀이다 하면 거기서 좀더 올라가야 되고. 약한 팀 갖고 어느 정도 했다 그러면 칭찬해주고 해야 합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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