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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FA계약 전부 공개하겠다' 구단들 전격합의, 거품 꺼지나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10-09 08:49 | 최종수정 2018-10-09 08:49


초고액 FA들. 몸값 150억원 이대호-115억원 김현수-100억원 최형우

FA거품이 과연 꺼질까. 최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0개 구단의 의견을 모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에 FA제도 협상안을 던졌다. FA상한제+FA등급제+FA자격취득연한 감소 등을 묶었다. 하지만 선수협은 FA등급제에 반발하며 거부했다. 협상은 결렬됐다. 올해 FA시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유계약이다. 여기에 대리인(공인 에이전트)이 공식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첫해가 된다.

이 와중에 눈길을 끄는 협의와 결의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최근 FA협상안을 논의하던 10개 구단 고위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결의를 했다. 바로 FA계약서를 있는 그대로 KBO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계약서 투명공개. 계약서 제출은 규약에 명시돼 있지만 지금까지는 있는둥 마는둥 했다. 뒷돈 논란이 항상 뒤따랐다. 초고액 FA의 경우 세금 대납, 과도한 인센티브, 축소발표 등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KBO 장윤호 사무총장은 "구단들 사이에서 있는 룰이라도 지키자는 얘기가 나왔다. 몇몇 구단에서 '또 어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FA계약서에 국세청 자료 등도 첨부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계약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 리그행정이 좀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들은 투명 계약을 어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상당한 제재를 가하기로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전 메리트(승리수당) 제도를 없애기로 했을 때 KBO는 어길 시 10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20년 넘게 지속됐던 프로야구 메리트 제도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 결의 또한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4년 150억원, 김현수(LG 트윈스) 4년 115억원, 최형우(KIA 타이거즈) 4년 100억원,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4년 98억원 등 발표액만으로 '억 소리'가 나오지만 야구판에는 이마저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축소 발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계약 전반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뒷돈 논란을 잠재움과 동시에 몸값 거품을 축소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100억원은 수년간 FA 몸값의 심리적 '고도 제한'이었다. 이미 몸값이 100억원을 돌파했지만 발표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증빙자료를 첨부한 계약 공개(KBO 제출)는 고액FA를 품으려는 구단들에는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사실 '카더라 소문'은 FA 협상시 선수들의 중요한 무기가 됐다. 'A선수는 사실 얼마를 받았다, 나도 얼마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구단과 몸값 줄다리기를 해왔다. 실체가 없는 뒷돈 논란이 몸값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계약 투명 공개가 어떤 파급효과를 몰고올 지 지켜볼 일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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