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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온도 39도, 습도 85%. 이번 올스타전은 한증막 폭염과의 싸움이었다.
야외에 10초만 서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흐르는 '폭염 올스타전'에서 누구보다 안타까움을 산 이들이 있다. 바로 10개 구단 마스코트들이다. 올스타전은 1년에 한번 10개 구단 마스코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날이다. 그러나 인형탈 속에는 사람이 있다. 반팔과 반바지를 입어도 더운 날에 바람도 제대로 안통하는 의상과 탈을 쓰고 있으니 심지어 팬들까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보기만 해도 더웠다.
팬 사인회, 퍼펙트 히터 같은 식전 이벤트가 끝난 후,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주어진 짧은 휴식 시간. 마스코트 직원들도 잠시나마 탈을 벗고 라커룸 앞 복도에 주저 앉아 땀을 식혔다. 복도라고 시원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이글거리는 그라운드보다는 조금 나았다. 탈을 벗자 모두 머리카락이 죄다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얼굴은 더위에 익은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스코트들이 지친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어도 괜찮냐"고 물으면 "절대 탈을 벗은 모습은 찍으시면 안된다"고 답하면서 손부채질로 겨우 땀을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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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보기에는 그냥 인형옷과 탈을 쓰고 재롱을 부리는 수준일지 몰라도, 웬만한 사람은 결코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분야다. 한여름에 홈 경기를 한번 치르고 나면 체중이 2~3㎏씩 줄어있을만큼 힘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굉장한 체력이 필요하고, 퍼포먼스와 대중들과의 관계에 있어 전문성이 필요하다. 마스코트 전문 회사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의 교육 기간을 거쳐야 채용 기회가 주어진다.
이들의 수입은 홈 경기수에 따라 정해진다. 일당이 정해져있고, 한달에 몇 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 액수 차이가 있다. 올스타전같은 특별 경기도 홈 경기 1번으로 계산이 될 뿐이다. 사실 이번 올스타전처럼 숨막히는 더위 속에서 일하는 날은 건강상 무리가 올 수도 있는 '극한 직업'인 것을 감안하면 노력에는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몇년씩 마스코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일하며 느끼는 보람 때문이다. SK 와이번스에서 마스코트로 활약 중인 A씨는 "사람들이 반가워하고, 좋아해줄 때가 가장 뿌듯하고 즐겁다"고 했다. 또 마스코트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팬들의 표현이 더욱 힘이 나게 만든다. KT 위즈의 마스코트인 B씨는 "오늘 한 여성팬이 '멀리서 응원하러 왔다'고 하시며 선물을 건네주셨다"고 했다. 그가 소중히 지니고 있던 쇼핑백 안에는 땀을 식힐 수 있는 휴대용 미니 선풍기를 비롯해 선물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복도 구석에서 짧은 휴식 시간을 보낸 마스코트들은 이내 다시 탈을 뒤집어썼다. 관중들을 만날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언제 지쳤었냐는듯 재치있는 몸짓과 행동으로 올스타전의 분위기를 띄웠다.
울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