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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사장님, 마스코트 특별 보너스는 안될까요?"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7-15 09:00


올스타전이 열린 울산 문수구장 복도에 놓인 각 구단 마스코트 탈. 그옆에서 직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울산=나유리 기자

더운 날씨 때문에 지친 마스코트들. 울산=나유리 기자

체감 온도 39도, 습도 85%. 이번 올스타전은 한증막 폭염과의 싸움이었다.

지난 13~1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 행사는 만원 관중의 열기 속에 마무리됐다. 또 울산에서 처음으로 열린 올스타전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하지만 하필 무더위가 절정으로 맹위를 떨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선수, 관계자들 뿐 아니라 팬들도 더위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원래 올스타전은 매년 7월 중순경에 열리기 때문에 더위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년간 올스타전에 참가해온 베테랑들도 "올해같은 찜통 더위는 처음인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할 정도였다. 문수 구장을 제 2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들은 "문수 구장이 주위에 고층 건물이 전혀 없는 외진 곳에 있다보니 햇빛이 고스란히 들어오고, 바로 앞에 저수지가 있어 도심보다 훨씬 습하다. 또 구장에 인조잔디가 깔려있어 그라운드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야외에 10초만 서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흐르는 '폭염 올스타전'에서 누구보다 안타까움을 산 이들이 있다. 바로 10개 구단 마스코트들이다. 올스타전은 1년에 한번 10개 구단 마스코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날이다. 그러나 인형탈 속에는 사람이 있다. 반팔과 반바지를 입어도 더운 날에 바람도 제대로 안통하는 의상과 탈을 쓰고 있으니 심지어 팬들까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보기만 해도 더웠다.

팬 사인회, 퍼펙트 히터 같은 식전 이벤트가 끝난 후,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주어진 짧은 휴식 시간. 마스코트 직원들도 잠시나마 탈을 벗고 라커룸 앞 복도에 주저 앉아 땀을 식혔다. 복도라고 시원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이글거리는 그라운드보다는 조금 나았다. 탈을 벗자 모두 머리카락이 죄다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얼굴은 더위에 익은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스코트들이 지친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어도 괜찮냐"고 물으면 "절대 탈을 벗은 모습은 찍으시면 안된다"고 답하면서 손부채질로 겨우 땀을 식혔다.


13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2018 KBO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린다. 경기 전 각 팀 마스코트들이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7.13/
한 마스코트는 "많이들 '인형탈 알바생(아르바이트)'이라고 하시는데, 우리는 알바가 아니라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마스코트 직원들은 구단과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계약직 직원들이다. 구단별로 작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이벤트 대행사가 마스코트 전문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이벤트 대행사가 다시 구단과 계약을 맺는 형식이다. 재계약 평가는 매년 새로 하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맞다면 계약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스코트 직원들도 대부분 장기 경력자다. 적게는 2~3년이지만, 10년 이상 마스코트로 활동해 온 이들이 과반 이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서로 가까이 지내며 의지를 하게 된다. 실제로 그중 4명은 "함께 살며 매일 보는 사이"라며 웃었다.

무심하게 보기에는 그냥 인형옷과 탈을 쓰고 재롱을 부리는 수준일지 몰라도, 웬만한 사람은 결코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분야다. 한여름에 홈 경기를 한번 치르고 나면 체중이 2~3㎏씩 줄어있을만큼 힘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굉장한 체력이 필요하고, 퍼포먼스와 대중들과의 관계에 있어 전문성이 필요하다. 마스코트 전문 회사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의 교육 기간을 거쳐야 채용 기회가 주어진다.

이들의 수입은 홈 경기수에 따라 정해진다. 일당이 정해져있고, 한달에 몇 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 액수 차이가 있다. 올스타전같은 특별 경기도 홈 경기 1번으로 계산이 될 뿐이다. 사실 이번 올스타전처럼 숨막히는 더위 속에서 일하는 날은 건강상 무리가 올 수도 있는 '극한 직업'인 것을 감안하면 노력에는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몇년씩 마스코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일하며 느끼는 보람 때문이다. SK 와이번스에서 마스코트로 활약 중인 A씨는 "사람들이 반가워하고, 좋아해줄 때가 가장 뿌듯하고 즐겁다"고 했다. 또 마스코트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팬들의 표현이 더욱 힘이 나게 만든다. KT 위즈의 마스코트인 B씨는 "오늘 한 여성팬이 '멀리서 응원하러 왔다'고 하시며 선물을 건네주셨다"고 했다. 그가 소중히 지니고 있던 쇼핑백 안에는 땀을 식힐 수 있는 휴대용 미니 선풍기를 비롯해 선물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복도 구석에서 짧은 휴식 시간을 보낸 마스코트들은 이내 다시 탈을 뒤집어썼다. 관중들을 만날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언제 지쳤었냐는듯 재치있는 몸짓과 행동으로 올스타전의 분위기를 띄웠다.


울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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