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져보니 무려 277일 만의 선발 재출격이다.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새롭게 리그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가 3일 고척 SK전에 첫 출격한다.
팀의 바람대로 해커가 NC다이노스 소속일 때처럼만 던져준다면 넥센은 후반기에 본격적인 상위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까지 해커는 NC에서 5년간 56승(34패)을 거둔 확실한 선발 투수였다. 앞으로 12~13번 정도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서 6승 이상만 해주면 대박이다. 단순히 승수 뿐만이 아니라 등판 간격과 이닝을 꾸준히 책임져주는 것도 팀으로서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해커가 이러한 팀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당장 한 두 번의 라이브 피칭이나 불펜 피칭으로는 선수의 상태와 기량을 100%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기당 100구 이상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는 스태미너가 준비돼 있는 지가 핵심이다.
그러나 아무리 해커가 '개인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해도, 본격적인 팀 단위의 캠프 훈련과는 양과 질에서 비할 수 없다. 특히나 스프링캠프를 통해 쌓이는 팀워크의 비중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결국 해커가 새 팀에서 100% 예전의 모습을 재현해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차이는 경기 중반 이후, 그리고 누적 등판이 늘어날 때 두드러질 듯 하다.
만약 해커가 실력으로 이런 우려를 모두 불식시킨다면 넥센은 엄청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에이스가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종전의 선발진과 보태 막강한 선발 라인업이 다시 가동되고, 이는 불펜의 안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해커 역시 내년 시즌 재계약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과연 해커는 다시 예전의 위력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