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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뜨거운 감자' 1차 지명,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6-29 07:30


2019 프로야구 신인 1차지명 드래프트가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각 구단 관계자들과 취재진, 팬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KBO 신인 1차 지명은 각구단 연고지 내의 배정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선수를 대상으로 각 구단 당 1명의 선수를 우선 선발하는 제도로써, 기존 발표 방식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소개하고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6.25/

지난 25일 열린 2019년 KBO리그 신인 1차 지명 행사에서, 미래의 스타가 될 10명의 선수들만큼 이슈가 된 게 있다. 1차 지명에 대한 구단들의 불만이다.

이날 행사에는 KBO리그 10개 구단 단장과 대표자들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5개 구단(SK, KT, 삼성, 한화, NC)이 현행 1차 지명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1차 지명 제도 유지를 원하는 5개팀(KIA, 롯데, 넥센, 두산, LG)은 공통점이 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는 고등학교팀이 몰려있는 서울 지역 연고 구단이다. 아마추어 야구의 서울 집중화가 심화돼 서울 지역은 좋은 선수가 넘친다. 또 지방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는 지역색이 뚜렷하고, 연고지에 부산고와 경남고, 광주일고와 동성고 등 전통의 명문교가 있다. 또 지역 출신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 때문에 현재 1차 지명 제도 유지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 5개 구단은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신생팀 KT 위즈의 연고 지역에는 수원 유신고를 제외하면 다수가 신생 학교다.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 연고 지역에선 어린 유망주들이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 역사가 오래된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경북고, 천안북일고 등 전통의 야구명문 학교가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번 회의에서 이들 구단들이 목소리를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구단의 입장이 달라 어느 한쪽 의견이 100% 맞다고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불공평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 1차 지명 제도 유지를 놓고, 찬성과 반대 구단이 5대5로 나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018년 고교 야구팀 등록 현황을 보자. LG, 두산, 넥센이 공동 관리하는 서울권에는 17개 학교 야구부에 214명이 재학 중이다. 반대로 지방 학교 중에는 1~3학년을 합쳐도 20명을 못채우는 곳이 4개나 된다. 또 지방 학교들은 대부분 저학년으로 내려갈수록 선수가 적다. 출산율이 감소하고 엘리트 선수를 선택하는 학생이 줄어든 영향이 있지만, 조기에 상경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서울에 위치한 배명고(72명), 서울고(72명) 등은 야구부 인원이 70명이 넘는다. 성남고(51명), 덕수고(56명) 등 이름있는 학교들은 밀려드는 야구 특기생을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다. 좋은 선수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전국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1차 지명 선수가 나온다.

학교수, 선수 인원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요인이 있다. 질적인 차이다. 신생팀은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유입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현 1차 지명은 연고 지역과의 밀착, 프랜차이즈 스타에 무게를 둔 규정이다. 그런데 현재 1차 지명 연고 학교를 보면, 지역과 상관 없는 학교들이 끼워맞추기 식으로 분배된 곳이 많다. 제주고가 서울권에 포함됐고, 강원 지역 고교는 한화와 삼성이 나눠갖고 있다. 경기 지역 고교도 SK와 KT가 분배하고 있는데, 특히 KT쪽 학교 중에 신생팀이 많다.


2018 고교 야구팀 등록 현황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 선수가 많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1차 지명 선수간에 실력 편차가 크다. 이번 1차 지명 선수 중에는 실력으로는 1차 지명감이 아닌데도, 해당 지역에 뛰어난 선수가 없어 지명된 경우가 있다.

프로 구단의 연고 지역 투자에 대한 우려도 있다. 2010년부터 3년간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했을 때, 지역 아마 야구에 프로 구단들의 지원이 대폭 줄었다는 불만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구단별로 지원에 차이가 있다. 몇몇 구단은 지역 밀착 차원에서 매년 초중고 대회를 열고, 수억원을 들여 야구용품을 지원한다. 반면, KBOP 분배금 중 10%를 유소년 발전 기금으로 사용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보여주여주기식으로 투자하는 구단도 있다.

만약 전면 드래프트를 다시 실시한다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 부분에 대한 규정을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메이저리그 구단의 접근이다. 보통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해외 대형 유망주를 고교 1,2학년 무렵부터 지켜보다 고교 3학년 초반에 계약을 하기 위해 나선다. 이 시기가 보통 5~6월이다. 1차 지명이 2차 지명보다 2개월여 앞서 열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신인 드래프트 자체 일정을 모두 앞당겨 진행하기도 어렵다. 고교나 대학에서 "지명을 받은 학생들이 수업이나 훈련, 대회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10개 구단 단장들은 오는 8월 신인 지명에 관한 논의를 다시 하기로 했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10개 구단 연고지 내 고교 현황

구단=연고 지역=고교수=학생수

넥센·두산·LG=서울(16) 제주(1)=17개=732명

한화=대전(2) 충청(5) 강원(2)=9개=297명

롯데=부산(6)=6개=227명

삼성=대구(3) 경북(5) 강원(2)=10개=350명

NC=경남(5) 전북(2)=7개=252명

SK=인천(3) 경기(5)=8개=320명

KIA=광주(3) 전남(2) 전북(2)=7개=220명

KT=경기(10)=10개=34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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