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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해야하는데…."
그런데 이날 양팀 감독들이 비에 대한 반응이 똑같았다. LG 류중일 감독, KT 김진욱 감독 모두 "경기 해야하는데"였다.
먼저 LG 류 감독. 류 감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선발 임찬규가 최근 갑작스럽게 제구 난조로 개인 2연패중이었다. 상대 선발이 더스틴 니퍼트였는데,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 류 감독을 가장 괴롭혔던 투수가 바로 니퍼트였다. 하지만 류 감독은 "삼성 시절 이후 니퍼트를 처음 상대하는 경기인데, 이제 전성기가 지났다고 봐야하지 않겠나. 제구가 완벽하지만 않다고 하면, 이제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LG의 경우 27일 경기 투-타 깔끔한 경기로 완승을 거두며 3연승을 달렸다. 상승세. 반대로 KT는 최근 극도로 부진하기에 선발 매치업 관계 없이 자신감이 넘칠 수밖어 없었다.
KT 김 감독도 쏟아지는 비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니퍼트가 지난 경기(2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많은 공(124개)을 던져 일부러 하루를 더 쉬게 하고 오늘 경기에 맞췄다. 그런데 경기가 밀리면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은 니퍼트의 100승 도전 경기였다. 외국인 투수 역사상 첫 100승 도전. 김 감독은 "니퍼트가 100승을 한다는 건, 우리팀도 이긴다는 것 아니겠나. 최근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니퍼트의 100승으로 팀 분위기가 바뀔 수 있길 기대했다. 이왕이면 잠실에서 100승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지난 7년 동안 두산 소속으로 뛰며 잠실을 홈으로 썼다. 넓은 잠실에서 유독 강했는데, 공교롭게도 올해는 KT 유니폼을 입고 잠실에서 던질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경기를 했으면 분명 승리팀, 패배팀이 갈렸을 것이다. 만약, 경기를 했다면 경기를 바랐던 두 감독 중 누가 웃고 누가 울었을까.
잠실=김용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