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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석 감독의 '100승', 험담과 편견 속에 자랐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6-11 07:50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넥센 장정석 감독이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6.06/

2017시즌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는 전격적으로 장정석 운영팀장을 1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전임 염경엽 감독을 선임할 때도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장 감독을 선임할 때는 그 반향이 더욱 컸다.

일단 장 감독이 현역 시절(1996~2003) 대부분을 백업요원으로 보내면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야구 팬들에게 생소했다. 또 현역 은퇴 후 10여 년이 넘도록 구단 매니저-운영팀장 등 프런트 업무만 맡아왔다. 감독은 고사하고, 코치 경험조차 없었다. 전임 염 감독은 그래도 코치 경험은 있었다.

때문에 일부 팬들은 장 감독에 대해 "이장석 전 대표가 팀 운영을 마음대로 하려고 전면에 내세운 허수아비"라며 조롱했다. '바지 감독'이라는 악질적인 별명도 이런 이유로 생겼다. 물론 장 감독 스스로가 첫 해 경기 운영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범하면서 비난에 기름을 끼얹은 면도 있다. 특히 지난해 후반 뒷심 부족으로 포스트시즌에 탈락하면서 장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런 기류가 올해도 계속 이어졌다. 팀이 이겨도 장 감독에 대한 험담과 조롱은 끊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지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비난이 폭주했다. 이런 분위기는 그 누구보다 장 감독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장 감독은 이런 비난을 그냥 묵묵히 받아들였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장 감독에게 올해 가장 중요한 일은 지난해의 뼈아팠던 시행착오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참고 견디며 딱 '100승'을 채웠다. 10일 수원 KT전에서 6대1로 승리하며 올 시즌 31승(35패)째를 거둔 장 감독은 지난해 69승과 합쳐 '100승' 고지를 밟았다. 역대 통산 42번째 기록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그렇게 엄청난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프로 출범 후 '감독' 타이틀을 달았던 41명이 장 감독보다 먼저 100승 고지를 점령했다.

그래도 올 시즌을 힘겹게 치르고 있는 장 감독에게는 이 기록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을 듯 하다. 올해 팀 안팎으로 유난히 많은 악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구속과 실형 판결, 메인스폰서와의 갈등, 선수들의 연쇄부상, 박동원-조상우의 성추행 의혹 사건, 창단 초기부터 자행되어 온 '뒷돈 트레이드' 공개 등. 하나하나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느껴질 법한 일들이 계속 터져왔다.

그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장 감독은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자"며 선수들을 추슬러 왔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리더십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 온 덕분에 11일 현재 넥센 히어로즈는 31승35패, 승률 4할7푼으로 전체 6위를 기록 중이다. 그 많았던 악재에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낸 것이다. 이런 팀의 선전에 장 감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할 듯 하다. 처음부터 그는 누군가의 대리인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승부의 현장에 모든 것을 내던진 야구인이었을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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