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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시즌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는 전격적으로 장정석 운영팀장을 1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전임 염경엽 감독을 선임할 때도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장 감독을 선임할 때는 그 반향이 더욱 컸다.
이런 기류가 올해도 계속 이어졌다. 팀이 이겨도 장 감독에 대한 험담과 조롱은 끊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지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비난이 폭주했다. 이런 분위기는 그 누구보다 장 감독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장 감독은 이런 비난을 그냥 묵묵히 받아들였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장 감독에게 올해 가장 중요한 일은 지난해의 뼈아팠던 시행착오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참고 견디며 딱 '100승'을 채웠다. 10일 수원 KT전에서 6대1로 승리하며 올 시즌 31승(35패)째를 거둔 장 감독은 지난해 69승과 합쳐 '100승' 고지를 밟았다. 역대 통산 42번째 기록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그렇게 엄청난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프로 출범 후 '감독' 타이틀을 달았던 41명이 장 감독보다 먼저 100승 고지를 점령했다.
그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장 감독은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자"며 선수들을 추슬러 왔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리더십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 온 덕분에 11일 현재 넥센 히어로즈는 31승35패, 승률 4할7푼으로 전체 6위를 기록 중이다. 그 많았던 악재에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낸 것이다. 이런 팀의 선전에 장 감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할 듯 하다. 처음부터 그는 누군가의 대리인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승부의 현장에 모든 것을 내던진 야구인이었을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