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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패배 삼성, 초반 못 버티면 어렵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3-28 12:01


2018 KBO리그 삼성과 kt의 시범경기가 14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보니야가 1회말 1사 2루 kt 윤석민에게 투런포를 허용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3.14/

삼성 라이온즈가 FA(자유계약선수) 강민호와 입단 계약을 발표한 지난해 11월 21일, 한 야구인은 "구단이 김한수 감독에게 선물을 안겼다"고 했다. 2012~2015년 통합 4연패를 일군 주축 전력들의 '탈 삼성'이 이어지다가, 모처럼 굵직한 선수를 데려왔으니 이런 말이 나올만도 했다. '몰락한 야구 명가 재건'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김 감독에겐 말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했다. 그런데 김 감독은 강민호 영입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다른 측면까지 봤다. 강민호 영입이 지난 2년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팀과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했다. 외부 대형 FA 영입이 삼성이 정체된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감'이라고 했지만, '자존감'으로 읽어도 될 것 같다.

강민호 합류가 팀 전력 상승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 시점에선 팀 사기, 자신감이 중요하다. 시즌 초반 성적, 팀 분위기와 밀접하게 얽힌 문제다. 올 해 삼성의 현실적인 목표는 하위권 탈출이 될 수밖에 없는데, 초반부터 버텨내지 못하면 동력을 잃게 된다. 초반에 밀리면 재정비의 시간도 갖지 못하고, 승수쌓기의 타깃으로 전락한다.

지난해가 그랬다. 개막전부터 10경기에서 1승(9패)에 그쳤다. 이 기간에 윤성환이 유일하게 선발승을 거뒀다. 초반 흐름이 이어졌다. 20경기까지 3승2무15패, 30경기까지 5승2무23패를 기록했다. 첫 30경기에서 5승.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맞불려 최악으로 치달았고, 극심한 내상과 트라우마를 남겼다.

재도약을 벼르는 2018년, 다시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출발은 좋았다. 에이스 윤성환이 두산 베어스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를 이끌었다. 불펜진도 응집력 좋은 두산 타선을 상대로 호투했다. 개막 2연승까지 노려볼 수 있었는데, 외야 수비 실책이 빌미가 돼 2차전을 내준 게 아쉬웠다.

그런데, 27일 KIA 타이거즈전 패배는 또 달랐다. 0대17. 투타에서 압도를 당했다. 대패, 참패를 넘어 '굴욕적인 패배'라고 할만하다. 경기 초반 대량 실점은 타선까지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후유증이 우려되는 악성 패배다.

개막전 후 2경기에 선발로 나선 두 외국인 투수의 부진이 삼성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특히, 27일 KIA전에 등판한 리살베르토 보니야는 4회를 넘기지 못하고 9실점했다. 가뜩이나 마운드 환경이 안 좋은데, 외국인 전력까지 무너지면 답이 없다. 지난 2년간 삼성 외국인 투수 6명이 거둔 승리가 6승에 불과했다.

시즌 초반 경기 일정까지 만만찮다. 두산, KIA에 이어,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가 기다리고 있다. 히어로즈 빼고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팀이고, 올 시즌 5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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