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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가 FA(자유계약선수) 강민호와 입단 계약을 발표한 지난해 11월 21일, 한 야구인은 "구단이 김한수 감독에게 선물을 안겼다"고 했다. 2012~2015년 통합 4연패를 일군 주축 전력들의 '탈 삼성'이 이어지다가, 모처럼 굵직한 선수를 데려왔으니 이런 말이 나올만도 했다. '몰락한 야구 명가 재건'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김 감독에겐 말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했다. 그런데 김 감독은 강민호 영입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다른 측면까지 봤다. 강민호 영입이 지난 2년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팀과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했다. 외부 대형 FA 영입이 삼성이 정체된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감'이라고 했지만, '자존감'으로 읽어도 될 것 같다.
재도약을 벼르는 2018년, 다시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출발은 좋았다. 에이스 윤성환이 두산 베어스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를 이끌었다. 불펜진도 응집력 좋은 두산 타선을 상대로 호투했다. 개막 2연승까지 노려볼 수 있었는데, 외야 수비 실책이 빌미가 돼 2차전을 내준 게 아쉬웠다.
그런데, 27일 KIA 타이거즈전 패배는 또 달랐다. 0대17. 투타에서 압도를 당했다. 대패, 참패를 넘어 '굴욕적인 패배'라고 할만하다. 경기 초반 대량 실점은 타선까지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후유증이 우려되는 악성 패배다.
시즌 초반 경기 일정까지 만만찮다. 두산, KIA에 이어,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가 기다리고 있다. 히어로즈 빼고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팀이고, 올 시즌 5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