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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고형욱 단장, 이정후에게 '천천히' 강조하는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2-07 11:50


◇지난해 홈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 스포츠조선 DB

"서두를 것 없다. 천천히 해도 돼."

피 끓는 청춘은 마음이 급하다. 게다가 신체적인 능력 또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시기. 그래서 다친 부위의 회복 속도 또한 당초 예상보다 무척이나 빠르다. 2017시즌 신인왕에 오른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의 손가락 부상은 이제 거의 다 나았다. 그래서 2월 중 미국 애리조나에서 이제 막 시작된 1군 스프링캠프 혹은 대만 타이난에서 7일부터 시작되는 2군 퓨처스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넥센 고형욱 단장은 단호하게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분명 이정후의 회복세가 빠르고, 올 시즌에도 핵심 전력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복귀를 인위적으로 앞당기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국내 재활군에서 부상 회복과 체력 및 기술 훈련에 주력하고, 시범경기에 맞춰 팀에 합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정후는 7일 오전에 출국하는 퓨처스리그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 빠져있었다. 고 단장과 장정석 감독 등 팀 수뇌부가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다. 그래서 고 단장은 경기도 화성의 2군 훈련장을 찾아 이정후에게 직접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잘 준비하자"는 뜻을 전했다.

고 단장이 이정후에게 '천천히'를 주문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입단 첫 해에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며 성공적인 프로 데뷔를 이뤄낸 이정후를 더 큰 재목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다. 이정후는 지난해 정규시즌 전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4리에 47타점 12도루 111득점의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고 단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는 이정후가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지금은 잠시 쉬어가야 할 때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20일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오른손 약지를 다친 이정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한 박자 쉬어가기'인 셈이다.

고 단장은 "아주 순조롭게 재활이 이뤄지고 있다. 계속 러닝 등으로 체력을 다지고 있고, 다쳤던 손가락도 이제 거의 다 나아 캐치볼을 시작했다. 재활 훈련 스케줄에 따라 이제 조금씩 배트도 잡을 예정"이라면서 "괜히 무리하게 캠프에 합류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몸을 만든 다음에 시범경기 때부터 함께 해도 괜찮다. 이정후에게도 '서두를 것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정후가 자칫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고 단장은 "어린 선수들이 다친 뒤에 빨리 팀에 복귀하려고 서두르다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낼 때가 많다. 그러면 개인과 팀에 모두 큰 손해라 자제를 시켜줘야 한다"면서 "이정후도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처럼 차근차근 몸을 만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의 가치를 넥센 구단이 얼마나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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