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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O리그 10개 팀의 개막전 선발투수는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는 사상 처음 있었던 일로 2000년 이후 꾸준히 지적돼 온 토종 투수들의 실력 저하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과 다름없었다.
두산 베어스는 조쉬 린드블럼과 '신입생' 세스 후랭코프,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1~4선발이 여전히 탄탄하다. 린드블럼을 에이스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장원준과 최근 불펜피칭을 시작한 후랭코프도 후보가 될 수 있다. 린드블럼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2016년 개막전 선발 경험이 있다. 올해 홈에서 갖는 개막전 상대는 삼성이다. 서울 팬들에게 '이적생' 린드블럼을 에이스로 소개시킨다면 그 의미가 같할 것이다.
롯데는 외국인 듀오 브룩스 레일리와 새 인물인 펠릭스 듀브론트가 1,2선발로 꼽힌다. 경험과 실력을 보면 올해 KBO리그 4년차인 레일리가 개막전 선발로 유력하다. 레일리는 2015년과 지난해 이미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경력이 있다. 조원우 감독도 레일리를 에이스로 대접하고 있다. 지난해 말 린드블럼의 이적과 관련해 레일리와의 연봉 비교 문제가 불거졌는데, 롯데는 레일리의 에이스 위상을 지켜주고 싶어했다.
롯데와 홈에서 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SK는 '에이스' 김광현이 돌아온다. 그러나 트레이 힐만 감독이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을 쉰 김광현에게 1선발 역할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김광현의 투구이닝에 제한을 둔다고도 했다. 메릴 켈리가 에이스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켈리는 지난 시즌 16승7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LG 트윈스는 헨리 소사가 4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설 공산이 크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별다른 부상없이 로테이션을 지키며 이닝 이터의 모습을 보여준 소사를 에이스라고 언급했다. 소사가 로테이션을 이끌고 새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 차우찬, 류제국이 뒤를 받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창원에서 NC와 개막전을 갖는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에스밀 로저스를 에이스로 보고 있다. 이미 KBO리그를 경험한데다 구위도 변함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로저스는 올시즌 외국인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150만달러의 보장 연봉을 받는다. 넥센의 기대감이 담긴 몸값이다. 넥센은 홈인 고척스카이도에서 한화 이글스와 개막전을 치른다.
한화도 선발진을 새로 짜야 한다. 신입단한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 배영수, 안영명, 윤규진 등이 선발로 나서는데 딱히 에이스로 지목할 수 있는 투수가 없다. 19일 연습경기 첫 등판하는 샘슨이 개막전 선발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라이온즈는 아직 외국인 투수 한 자리가 비어있다. 현재로선 105만달러에 계약한 팀 아델만이 에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종 에이스인 윤성환도 과거 세 번 개막전 선발로 나선 적이 있다.
kt 위즈는 라이언 피어밴드와 더스틴 니퍼트가 1선발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김진욱 감독이 두산에 있던 2012~2013년 개막전 선발이 모두 니퍼트였다. 나이가 들고 구위가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김 감독은 니퍼트가 에이스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피어밴드는 지난해 3.04로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