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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야구 동작을 어떻게 하면 알기쉽게 표현할까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8-01-29 21:18



"오늘 밸런스가 좋았다. 오랜만에 공을 때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구속이 잘 나왔던 것 같다."

"손승락 선수가 공이 빠른 선수여서 배트가 늦지 않으려고 직구 타이밍에 짧게, 힘을 빼고 스윙한 것이 결과가 좋았다."

첫 번째 코멘트는 지난해 5월 11일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무4사구 완봉승을 따낸 뒤 소감이고, 두 번째는 5월 21일 LG 트윈스 채은성이 롯데 자이언츠전서 결승타를 날린 직후 남긴 소감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나 야구 관계자라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을 때린다는 느낌", "짧게 힘을 뺀 스윙" 등의 표현이 쉽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이는 두 선수가 이해하기 어렵게 표현했다기 보다는 야구라는 종목이 그 특성상 말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선수는 물론 야구 미디어 종사자들은 항상 익숙한 표현으로 '동작의 언어화'를 구사한다. 그것은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쉽게 전달되지만 그 밖의 사람들과는 뜻을 공유하기 쉽지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지상파 방송사인 TV 아사히는 예전 한 프로그램에서 야구중계에서 나오는 어려운 표현을 새롭게 바꾸는 실험을 했다. 후루타 아쓰야(전 야쿠르트 감독), 마에다 도모노리(전 히로시마 외야수), 이나바 아쓰노리(현 일본대표팀 감독) 등 타자 출신 3명의 조언을 받고 만든 표현 중에 이런 말들이 있다.

'콤팩트한 스윙'은 '(스윙 동작의)시작부터 임팩트 순간까지 짧게 가져가는 스윙', '몸이 열리지 않은 스윙'은 '하체보다 빠르게 어깨를 돌리지 않는 스윙'으로 표현했다.

이 실험은 초보 팬들이 선수의 기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말을 쓰는 아나운서나 기자의 경우 특유한 리듬이 있어 그에 맞는 다른 표현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또 이 같은 동작의 언어화는 초보 팬보다 오히려 야구를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현장에서 효과적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도자와 선수 사이의 경우 서로가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고 있으면 이론적인 말보다 감각적인 의태어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상황도 있다. 그래서 지도자의 경우 한 동작을 언어로 표현할 때 익숙한 표현, 이론적인 표현, 또 감각적인 표현을 모두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야구계에서는 동작을 분석하는데 있어 기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투수의 경우 예전에 "더 앞에서 던지면 타자를 위압할 수 있다"고 지도했지만, 최근엔 "릴리스 포인트를 몇 ㎝ 앞에 놓으면 공의 회전수가 늘어나고 타자가 느끼는 구속이 몇 ㎞ 빨라진다"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기술의 진화는 정확한 언어 전달을 가능하게 하지만 반대로 알기 쉬운 언어화와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는 야구 동작 중 어떤 표현이 어렵게 느껴질까. 더 쉽게 바꿀 표현은 어떤 게 있을까. 필자는 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팬과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야구동작의 알기 쉬운 언어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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