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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36년 역사를 더듬다 보면, 금방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그중에서 포수하면 자동반사처럼 연결되는 이름,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59)이다. 포수 마스크를 쓴 '헐크' 이만수, 홈런 타자 이만수는 언제나 씩씩하고 파이팅이 넘쳤다. 마스크를 머리 위로 젖히고, 그라운드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던 그를 기억하는 야구팬들이 많다. 이 전 감독은 1983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5년 연속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영민 타격상', '최동원 투수상' 등 야구 레전드 이름을 딴 상이 있지만, 포수 포지션에 한정한 상이라는 게 특별하다. 포지션의 경중을 따지기 어렵지만, 가장 고단한 자리가 포수다.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데도, 화려함과 거리가 있다. 한국야구를 대표했던 포수 이 전 감독이 포수만 특정해 상을 만든 이유다.
이 전 감독은 재능기부를 위해 찾아간 학교에서 선수, 학부모와 얘기를 하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프로 지도자로 있을 땐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아마 선수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고, 좋은 포수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을 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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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감독은 "포수는 수비 전체를 이끌어가는 리더다. 지도자 중에 포수가 많은 이유가 있다. 국제대회를 보면서 포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많이 느꼈다. 우리 포수들이 못한다는 게 아니라, 대형 포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 전 감독은 활발한 재능기부, 봉사 활동에 대한 주위의 찬사를 부담스러워 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야구 시작해 48년간 야구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 조금 나누고 있을 뿐이다"며 웃었다.
'이만수 포수상' 수상자에겐 장학금 100만원이 지급된다. 또 세광고 최형준에겐 포수 장비와 미트, 배트 10자루, 경남고 한동희에겐 배트 20자루를 수여한다. 배트는 프로에서 바로 쓸 수 있게, 선수 체형에 맞게 제작했다. 한국야구 발전을 바라는 이 전 감독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