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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포수상'에 담긴 이만수 전 감독의 바람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2-21 21:10


2016년 3월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경기에 삼성 레전트팀 포수로 나선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허상욱 기자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야구 관련 소장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송정헌 기자

2016년 한 시상식에서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김한수 삼성 감독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한국 프로야구 36년 역사를 더듬다 보면, 금방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그중에서 포수하면 자동반사처럼 연결되는 이름,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59)이다. 포수 마스크를 쓴 '헐크' 이만수, 홈런 타자 이만수는 언제나 씩씩하고 파이팅이 넘쳤다. 마스크를 머리 위로 젖히고, 그라운드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던 그를 기억하는 야구팬들이 많다. 이 전 감독은 1983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5년 연속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4년 SK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 전 감독은 '야구 전도사'로 나서 야구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을 맡아 국내외를 누비며 재능기부를 하고,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선수' 이만수, '지도자' 이만수, '이사장' 이만수 모두 에너지가 넘친다.

이 전 감독이 다시 한번 의미있을 일에 나섰다. '이만수 포수상'을 제정해 22일 시상식을 연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포수 중 한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선수를 선정해 시상한다. 첫 수상자는 청주 세광고 포수 김형준. 올해 20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3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김형준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9순위로 NC 다이노스 지명을 받았다. 아울러 특별상인 홈런상은 경남고 내야수 한동희가 받는다. 올해 28경기에서 홈런 5개(타율 3할4푼8리, 25타점)을 때린 한동희는 롯데 자이언츠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이영민 타격상', '최동원 투수상' 등 야구 레전드 이름을 딴 상이 있지만, 포수 포지션에 한정한 상이라는 게 특별하다. 포지션의 경중을 따지기 어렵지만, 가장 고단한 자리가 포수다.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데도, 화려함과 거리가 있다. 한국야구를 대표했던 포수 이 전 감독이 포수만 특정해 상을 만든 이유다.

이 전 감독은 재능기부를 위해 찾아간 학교에서 선수, 학부모와 얘기를 하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학부모나 어린 선수들이 포수를 안 시키고, 안 하려고 하더라. 왜 안 시키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니, 힘들어서 그런다고 했다. 투수나 다른 야수보다 포수가 선수 생명이 길다고 얘기를 했더니, 그래도 힘들어서 안 한다고 하더라. 다른 포지션을 차지하지 못한 선수가 포수가 되는 현실을 보고 안타까웠다."

프로 지도자로 있을 땐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아마 선수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고, 좋은 포수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을 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BO 유소년야구캠프에서 야구 꿈나무들에게 포구 자세를 설명하고 있는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정재근 기자
무거운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 내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야하는 중노동. 그러나 포수는 투수 리드, 전체 수비 조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경기를 이끌어간다.


이 전 감독은 "포수는 수비 전체를 이끌어가는 리더다. 지도자 중에 포수가 많은 이유가 있다. 국제대회를 보면서 포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많이 느꼈다. 우리 포수들이 못한다는 게 아니라, 대형 포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 전 감독은 활발한 재능기부, 봉사 활동에 대한 주위의 찬사를 부담스러워 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야구 시작해 48년간 야구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 조금 나누고 있을 뿐이다"며 웃었다.

'이만수 포수상' 수상자에겐 장학금 100만원이 지급된다. 또 세광고 최형준에겐 포수 장비와 미트, 배트 10자루, 경남고 한동희에겐 배트 20자루를 수여한다. 배트는 프로에서 바로 쓸 수 있게, 선수 체형에 맞게 제작했다. 한국야구 발전을 바라는 이 전 감독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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