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FA 시장 최고 승자, 김현수 아닌 문규현-이용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12-21 11:17



오프시즌 최고 승자는 김현수도, 손아섭도 아닌 문규현과 이용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정리되고 있다. 마지막 대어로 꼽히던 김현수가 LG 트윈스와 4년 총액 115억원에 계약했다. 4년 98억원의 조건에 롯데 자이언츠 잔류를 택한 손아섭을 뛰어넘는 파격 조건이었다. 88억원을 받고 kt 위즈에 입단한 황재균, 80억원에 롯데행을 선택한 민병헌도 행복한 겨울을 맞이했다.

하지만 돈 많이 받는다고 다 승자가 아니다. 이번 FA 시장 최고의 반전을 이끈 두 남자가 있다. 바로 문규현(롯데)과 이용규(한화 이글스)다.

행복지수로는 최고 위너 문규현

문규현은 FA 시장 개장 첫 날 롯데와 2+1년 총액 10억원의 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올해 FA 계약 1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문규현은 일찍 끝낸 계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는데, 아마 지금은 그 만족도가 몇 배로 부풀려졌을 것이다.

다른 베테랑, 준척급 FA 선수들의 행보 때문이다. 아직 FA 신청을 하고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선수가 8명이나 된다. 대부분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이다. 어떻게든 좋은 조건에 계약하고픈 선수들이지만, 올해 유독 준척급 선수들에 대한 구단들의 잣대가 엄격하다. 기본적으로 액수를 떠나 계약 기간부터 이견이 있으니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만약, 내년이면 35세가 되는 문규현도 처음 롯데의 안을 거절하고 시장에 나왔다면 아마 이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규현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FA 기회였지만, 크게 욕심을 냈다가 후회할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냉철하게 협상 전략을 짰다. 구단이 처음 제시하는 조건이 최대치라 생각했다. 그래서 첫 협상에서 구단의 제시 조건에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자신도 큰 욕심이 없으니 여기에 조금 더 호의를 베풀어준다면 바로 도장을 찍고 나가겠다는 스탠스를 취했다. 그러니 구단도 기분 좋게, 엄청난 금액은 아니지만 처음 제시액보다 오른 금액을 건넸다는 후문이다.


선수들이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다른 구단의 오퍼를 받을 자신이 없다면, 원소속구단이 처음 제시하는 조건이 최대치라는 것을 말이다. 시장에 나갔다 돌아오면 '갑'이 되는 구단은 많은 돈을 줄 필요가 없다.

명분도, 실리도 챙긴 이용규

이용규는 생애 두 번째 FA 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다. 그리고 20일 1년 4억원의 조건에 재계약했다. 여기저기서 전년 연봉 9억원에서 연봉이 5억원이나 깎였다는 사실, 이용규가 자진 삭감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팀을 위한 엄청난 희생으로 박수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규는 왜 승자일까. 냉정하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꿰뚫어 보고, 최고의 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올시즌 57경기 타율 2할6푼3리로 부진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경기 수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국가대표 출전 등의 혜택으로 FA 신청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용규는 FA 권리를 포기했다.

이번 시장에는 외야수가 넘쳤다. 김현수 손아섭 민병헌 모두 외야수였다. 당연히 부상 여파가 있고, 성적도 안좋았던 이용규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괜히 시장에 나갔다 좋지 않은 대우를 받을 바에는, 1년을 참고 내년 다시 FA를 신청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었다. 특히, 내년 FA 취득 예정 선수 명단을 보면 대형 외야수가 없다. 이번에 신청을 안해 FA 기회가 사라진다면 모를까, 1년만 꾹 참으면 권리를 다시 행사할 수 있기에 이용규에게 손해라고 하기도 힘들다. 이용규 입장에서는 야구에만 집중해 내년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면 여러모로 상황이 유리해진다.

연봉 계약도 막심한 손해 만은 아니다. 이용규의 전년 연봉 9억원은 2014년 맺은 4년 FA 계약 기준액이다. 당시 총액 67억원의 대형 계약이었다. 이런 다년, 대형 계약에 책정된 연봉과 단년 계약 연봉은 기준 자체가 다르다. 두 연봉을 직집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57경기 출전한 타자가 4억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다. 이용규가 FA 계약을 맺기 전 2013 시즌 KIA 타이거즈에서 받았던 연봉이 3억4000만원이었는데, 이 액수와 비교해보면 된다. 올해 FA 선수 제외, 연봉 순위를 봐도 4억원이면 전체 7위로 상위권이다. 서건창(넥센 히어로즈)의 연봉이 4억원이었다. 이보다 높은 선수는 손아섭 민병헌(이상 롯데) 유희관 양의지(이상 두산 베어스) 등 스타 플레이어들 뿐이었다. 이호준(은퇴)과 임창용(KIA 타이거즈)도 있지만, 이 선수들은 연봉 계약 상황이 특수해 별개로 봐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30만원 홍삼제품 4만원에 사는 방법있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