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 하는데, 프로야구 감독도 마찬가지다. 늘 주목받는 자리이고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다니지만, 어디까지나 성적이 좋을 때 얘기다. 팀 사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긴 해도, 성적으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 40대 젊은 지도자가 각광받는 시대, 단 한 번의 실패가 재기불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졌다. 구단이 새로운 지도자를 찾는 이유는 딱 하나, 이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다. 물론, 예외가 있다. 젊은 지도자의 가능성보다 안정을 앞에 둔다면, 검증을 거친 지도자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
10년 전 LG는 '악몽'을 경험했다. 지난 2007년 비상을 꿈꾸며 김재박 감독을 영입했지만, LG는 암흑으로 돌진했다. 2007년 8개 팀 중 5위에 그쳤고, 2008년 8위, 2009년 7위에 머물렀다. 현대 유니콘스를 1998년, 2000년, 2003~2004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 감독의 지도력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허상이었다. 김 감독은 현대 시절 778승36무613패-승률 5할5푼9리, LG 사령탑으로 3년간 158승10무217패-승률 4할2푼1리를 기록했다.
삼성 시절 두 차례 통합 우승을 맛 본 선동열 감독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2년 고향팀 KIA 타이거즈 사령탑에 취임해 3년간 한 번도 가을야구를 해보지 못했다. 2012년 5위, 2013~2014년 연속 8위에 그쳤다. 삼성과 KIA 시절 승률이 1할 이상 차이가 난다. 삼성에서 417승13무340패-승률 5할5푼1리, KIA에선 167승9무213패-4할3푼9리를 마크했다.
|
왜 성공한 감독들이 새 팀에선 처참하게 무너졌을까.
팀 성적은 선수 구성, 구단의 방향성과 투자, 팀 분위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 진다. 감독 역량이 중요하다고 해도, 결국 경기는 선수가 풀어가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여러가지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좋은 팀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는 게 감독 역할인데,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일부분이다.
|
우승팀 감독들은 일정 기간에 팀 전력을 성장시켰거나, 전력 완성 단계에서 취임해 성과를 봤다. 시운도 따라줘야 한다. 새 팀에선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해야 한다. 감독 고유의 색깔을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한계도 있다. 달라진 현실을 도외시하고 철지난 카리스마를 내세우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성적이 부진한 팀이 새 감독을 찾는다. 산적한 난제를 헤쳐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 감독 출신 야구인은 "얼마나 좋은 선수가 있느냐에 따라 지도자의 성패가 갈라진다. 뛰어난 선수들은 스스로 알아서 경기를 끌고 간다. 감독은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된다"고 했다.
KBO리그 최고 인기팀 중 하나인 LG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류중일 감독에게 어쩌면 내년 시즌 개막전까지 5개월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지도 모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 이적 후 성적
김성근 감독
구단=재임기간=경기수=승패=승률=비고
SK=2007~2011년=610=372승13무225패=0.623=한국시리즈 우승 3번
한화=2015~2017년=320=150승3무167패=0.473=2015년 7위, 2016년 8위
조범현 감독
구단=재임기간=경기수=승패=승률=비고
KIA=2007~2011년=526=267승4무255패=0.511=한국시리즈 우승 1번
kt=2015~2016년=288=105승3무180패=0.368=2년 연속 최하위
선동열 감독
구단=재임기간=경기수=승패=승률=비고
삼성=2005~2010년=770=417승13무340패=0.551=한국시리즈 우승 2번
KIA=2012~2014년=389=167승9무213패=0.439=3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2013~2014년 연속 8위
김재박 감독
구단=재임기간=경기수=승패=승률=비고
현대=1996~2006년=1427=778승36무613패=0.559=한국시리즈 우승 4번
LG=2007~2009년=378=158승10무217패=0.421=3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2008년 최하위
김응룡 감독
구단=재임기간=경기수=승패=승률=비고
삼성=2001~2004년=532=312승16무204패=0.605=한국시리즈 우승 1번
한화=2013~2014년=256=91승3무162패=0.360=2년 연속 최하위
김인식 감독
구단=재임기간=경기수=승패=승률=비고
두산=1995~2003년=1165=576승33무556패=0.509=한국시리즈 우승 2번
한화=2004~2009년=639=309승8무322패=0.490=포스트시즌 진출 3번, 2009년 최하위
류중일 감독
구단=재임기간=경기수=승패=승률=비고
삼성=2011~2016년=810=465승12무333패=0.583=한국시리즈 우승 4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