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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영웅 귀환' 해커에 대한 의심을 거둬라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10-08 18:45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2017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1,2루 NC 해커가 롯데 강민호를 삼진처리하며 환호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10.08/

1,2경기에 시리즈 전체 성패가 갈리기도 하는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 첫번째 경기 선발 투수가 받는 중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그 역할은 '에이스'가 맡는다. 팀이 가장 믿고, 가장 확실한 공을 던지는 투수. NC 다이노스가 택한 준플레이오프 첫번째 선발 투수는 에릭 해커였다.

해커는 NC에서 벌써 다섯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KBO리그에 대한 지식이나 상대 타자들에 대한 정보는 웬만한 베테랑 선수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해커의 모습은 기대치 충족 반, 아쉬움 반이었다. 출발부터 삐끗했다.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시범경기 등판을 하지 못한 해커는 2군에서 몸을 만들어 1군에 지각 합류했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무리없이 하는듯 했지만, 여러번의 잔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전반기 종료 직전 NC가 1,2위 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목에 담 증세를 호소했고, 장염 증세로 배탈이 나 며칠을 고생하며 로테이션을 거르기도 했다. 그리고 시즌 종료 직전에는 왼 발목 통증이 도졌다. 고질적인 부상 부위였으나 투구시 통증을 느껴 결국 1군 엔트리 제외까지 했다.

사실 아무리 강철 어깨를 가진 투수라고 해도, 크고 작은 부상 한 번 없이 시즌을 마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해커에게 아쉬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시즌 내내 NC가 겪은 '선발 구인난' 때문이었다.

해커와 '원투펀치'를 이루던 제프 맨쉽이 5월부터 7월까지 약 2개월간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이재학 구창모 장현식 등 젊은 국내 선발 투수들은 기복이 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커마저 빠지니 NC 불펜에 더해지는 하중은 갈 수록 커졌다.

NC가 KIA 타이거즈와 선두 경쟁을 하다가 후반기에 힘을 잃어 4위까지 미끄러진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지친 투수들 때문이었다. '해커가 건강한 몸과 좋은 컨디션으로 풀시즌을 치러줬다면'하는 가정은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 외국인 투수들이 한번이라도 더 던져줘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로테이션을 거르거나 등판일을 며칠씩 미루는 것은 코칭스태프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보여준 해커의 투구는 말 그대로 '클래스'가 느껴졌다. 위기때마다 강민호 이대호 최준석 등 롯데의 중심 타자들을 날카로운 변화구로 돌려세웠다.


NC가 1점 차 리드에서 좀처럼 추가점을 뽑지 못하는 가운데 해커가 굳건히 버텼기 때문에 연장 혈투 끝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투구 자체가 효율적이었다.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걸어 7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김경문 감독의 바람 중 하나였던 '해커의 5이닝 이상 소화'는 200% 충족했다.


부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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