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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경기에 시리즈 전체 성패가 갈리기도 하는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 첫번째 경기 선발 투수가 받는 중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무리없이 하는듯 했지만, 여러번의 잔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전반기 종료 직전 NC가 1,2위 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목에 담 증세를 호소했고, 장염 증세로 배탈이 나 며칠을 고생하며 로테이션을 거르기도 했다. 그리고 시즌 종료 직전에는 왼 발목 통증이 도졌다. 고질적인 부상 부위였으나 투구시 통증을 느껴 결국 1군 엔트리 제외까지 했다.
사실 아무리 강철 어깨를 가진 투수라고 해도, 크고 작은 부상 한 번 없이 시즌을 마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해커에게 아쉬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시즌 내내 NC가 겪은 '선발 구인난' 때문이었다.
NC가 KIA 타이거즈와 선두 경쟁을 하다가 후반기에 힘을 잃어 4위까지 미끄러진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지친 투수들 때문이었다. '해커가 건강한 몸과 좋은 컨디션으로 풀시즌을 치러줬다면'하는 가정은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 외국인 투수들이 한번이라도 더 던져줘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로테이션을 거르거나 등판일을 며칠씩 미루는 것은 코칭스태프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보여준 해커의 투구는 말 그대로 '클래스'가 느껴졌다. 위기때마다 강민호 이대호 최준석 등 롯데의 중심 타자들을 날카로운 변화구로 돌려세웠다.
NC가 1점 차 리드에서 좀처럼 추가점을 뽑지 못하는 가운데 해커가 굳건히 버텼기 때문에 연장 혈투 끝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투구 자체가 효율적이었다.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걸어 7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김경문 감독의 바람 중 하나였던 '해커의 5이닝 이상 소화'는 200% 충족했다.
부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