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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린드블럼-임기영 같은날 부정투구, 심판은 놓쳤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9-21 00:12


◇KIA타이거즈 임기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7.30.

◇롯데 자이언츠 조쉬 린드블럼.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8.30/

투수가 볼을 유니폼에 문지르는 부정투구. 한화 이글스 배영수만 한것은 아니었다. 지난 15일 부산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 롯데 자이언츠 투수 조쉬 린드블럼과 KIA 타이거즈 임기영은 약속이라도 한듯 나란히 경기중 볼을 유니폼에 문질렀다. 그냥 슬쩍 갖다댄 것이 아니라 분명 문질렀다. 명백한 부정투구다.

심판진은 몰랐고, 상대팀도 몰랐다. 양쪽 선발투수가 똑같이 부정투구를 했으니 서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일부 팬들이 온라인에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며칠 시간이 흘렀지만 지난달 큰 이슈가 됐던 한화 이글스 배영수 때와는 달리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현역최다승 투수(135승)인 배영수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8월 20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배영수는 경기 도중 자신의 허벅지에 볼을 문지르는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잡혔다. 심판도 몰랐고, 상대팀 롯데도 몰랐던 부정투구. 일부 팬들의 제보로 프로야구 중계를 담당하는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팬들의 원성은 대단했다. 배영수는 곧바로 취재진 앞에 입장을 발표하며 팬들앞에 공개 사과를 했다.

린드블럼과 임기영의 부정투구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배영수의 경우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이 역시 예외조항은 없다. 린드블럼과 임기영의 맞대결 당시 비는 오지 않았다.

당시 임기영은 4회말 2사후 롯데 황진수를 상대하기전 볼을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에 대고 수차례 문질렀다. 린드블럼은 7회초 1사후 김민식 타석 때 볼을 오른쪽 허벅지에 대고 몇차례 문질렀다.

야구 규칙 8조 2항에는 볼에 이물질을 붙이는 것 공,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 어떤 방법으로든 공에 상처를 내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시 심판원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적시돼 있다. 투구에 대하여 볼을 선언하고 투수에게 경고하고, 그 이유를 방송한다. 한 투수가 같은 경기에서 또 다시 반복하였을 경우 그 투수를 퇴장시킨다.


◇지난 15일 KIA-롯데전 4회말 2사후 황진수 타석에 앞서 볼을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에 대고 문지르는 임기영. TV중계회면 캡쳐

◇7회초 1사후 KIA 김민식 타석에 앞서 볼을 잡고 오른쪽 허벅지에 문지르는 롯데 조쉬 린드블럼 TV중계화면 캡쳐
배영수는 20일 잠실 LG트윈스전에 선발출전했다. 이날 7⅔이닝 1실점으로 102일만에 시즌 7승을 따냈다. 배영수는 "최근 한달간 힘든 날을 보냈다. 견디기 힘들었다. 린드블럼과 임기영이 나오는 문제의 영상을 나도 봤다. 지인이 보내줬다.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속이 상한다. 다른 사람도 한다고 해서 내가 한 잘못이 없어지진 않는다. 나는 그날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며 "우선 로진을 많이 묻히지 않는다. 손은 최대한 허벅지에서 멀리한다. 땀이 나면 무의식중에 손이 옷으로 갈까 싶어 경기전 모자는 아예 3개를 준비한다. 모자가 땀에 젖으면 안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그날 이후 가장 힘든 것은 마운드에 서면 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아 힘들다. 내가 잘못한 것이기에 비난과 벌을 받아 마땅하다. 당시 중계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허벅지에 볼을 문댄 기억이 없어 그냥 '안했다'고 했는데 나도 화면을 보고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지금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배영수의 부정투구를 따끔하게 지적했던 방송사가 린드블럼과 임기영이 함께 부정투구를 했던 15일 롯데-KIA전을 중계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중계진이 이를 알아 차리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선두를 달리는 KIA, 무섭게 치고올라오는 롯데. 임기영은 KIA가 아끼는 영건이고, 린드블럼은 '린동원'이라 불리는 롯데의 반전을 주도한 대체 외인이다. 잣대는 사람, 상황에 따라 바뀌면 안된다. 배영수는 공개사과를 했다. 임기영과 린드블럼 역시 이에 대한 적절한 해명과 재발방지 다짐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심판이 모르고 넘어갔기에 제재는 어차피 불가능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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