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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는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회 5점을 따라붙으며 8대9로 졌다. 막판 롯데 불펜은 진땀을 흘렸다. 이 경기로 한화 야구의 뒷심이 설명될까.
최근 한화 야구는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고, 지고 있으면 절망적이다. 야구에서 선취득점은 중요시 된다. 기선제압 의미도 있고, 마운드 운용, 타석에서의 작전 등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화는 이마저도 큰 의미가 없다. 선취득점을 했을때 27승1무26패(0.509)로 전체 9위다. 2위 NC 다이노스는 선취득점시 무려 40승9패(0.8181)로 전체 1위다. 이는 불펜의 힘으로만 한정지을 수 없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6.02로 전체 꼴찌인 선두 KIA 타이거즈는 선취득점시 45승12패(0.789)로 전체 2위의 호성적이다. 팀원 전체가 갖는 자신감의 차이로 볼 수 있다.
한화는 후반기 들어 7전전패다. 가을야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앞으로 그려질 그림은 뻔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내년을 준비한다는 명목하에 조금이라도 몸이 불편한 선수는 하나둘 벤치에 앉고, 2군으로 내려갈 것이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구단 안팎에서 커질 것이다. 지난 10년간 그랬다.
넘쳐나는 역전패를 바라보면서도 대전구장을 가득 메운 한화팬들의 '최·강·한·화' 육성 외침은 그라운드에서 메아리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쯤에서 한화 야구의 존재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을 야구가 최종목표였다면 10년간 '반타작'도 못한 이글스는 다른 종목으로의 전환이 빠를 수 있다. 우승이 최종목표였다면 25년째 노력중인 롯데 자이언츠, 23년째 칼을 가는 LG 트윈스를 보며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글스는 매일 매일 새롭게 1회부터 9회를 헤쳐나가는 프로야구 팀이다. 팬이 있고, 상대가 맞은 편에 있다면 프로야구 선수의 눈에선 '불꽃'이 튀어야 한다. 선수들은 야구가 삶이다. 미리 수건을 던질 수도, 그럴 자격도 부여되지 않는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대행체제를 확답받은 뒤 취임일성으로 '진돗개 야구'를 언급했다. 지금 한화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근성을 강조했다.
엉망진창 선발진, 믿음을 잃은 불펜진, 스탯관리에 그치는 중심타선, 부실밥상 차리는 테이블세터, 투수의 힘을 빼는 야수 실책, 야수를 지치게 하는 투수 '볼질', 외야 실책, 미숙한 베이스러닝, 대타 실패, 투수 교체 타이밍 실패, 승계주자 실점 등. 한화의 부끄러운 민낯은 끝이 없다.
'누구 탓'은 필요치 않다. 그냥 이글스 마크가 찍힌 옷을 매장에서 구입하지 않고 '무상으로 받은' 사람들은 모두 책임이 있다. 오늘도 삼복더위에 홈으로, 원정으로 팬들은 야구장을 찾는다. 무엇으로 답할 것인가. 이글스맨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