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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어이없는 비디오판독, 손아섭-롯데 고소라도 해야하나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7-21 06:00 | 최종수정 2017-07-21 06:00


이 장면이다. 3회말 큼지막한 손아섭의 좌중월 타구. 명백한 비디오 판독 오심에 홈런은 날아갔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 열린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전. 롯데 박세웅과 삼성 윤성환의 명품 에이스 맞대결. 전국적인 폭염특보가 발효된 삼복더위. 연장 12회 4대4 무승부. 그리고 명백한 비디오 판독 오독.

결국 한번의 말도 안되는 비디오 판독 때문에 손아섭, 롯데 구단, 롯데팬, 나아가 야구팬들은 할말을 잃었다. 롯데가 1-4로 뒤진 3회말 1사 후 손아섭은 좌중간 담장을 상단을 맞히는 홈런을 쳤다. 이 타구는 홈런 여부가 결정되는 문수야구장 노란선 위를 맞힌 뒤 배후 구조물에 맞고 구장안으로 들어왔다. 당초 심판 판정은 홈런이었으나, 삼성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 결과 2루타로 번복됐다. 결과는 오독.

문수야구장의 외야구조는 2중이다. 펜스위의 노란선은 홈런을 판단하는 펜스의 최종 한계지점이다. 그 뒤에 50cm정도 여유를 두고 설치된 철골 구조물은 펜스가 아나라 관중들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둔 안전 지지대다. 비디오 판독센터는 이같은 울산 문수야구장(롯데의 제2 홈구장)의 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 참담한 것은 당일 심판진은 곧바로 손아섭의 홈런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좀더 명확하고, 정확하게 가리고자 실시했던 비디오판독에서 생각지도 못한 오류가 나왔다. 더욱이 방송을 중계한 현지 중계진도 이같은 상황을 수차례 명확하게 설명했다. 과연 비디오판독 센터는 무엇을 보고 듣고, 판단했던 걸까. 현장에서 헤드폰과 마이크를 끼고 통화를 하던 심판진의 의견을 듣기나 했던 걸까.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즉각적인 오독임을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만간 비디오판독 센터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것이다. 출전정지가 됐든, 제재금이 됐든 나올 것이다. 제제금이 수십만원, 수백만원이 나온다고 한들 손아섭의 날아간 홈런과 롯데의 사라진 승리는 보상받지 못한다. 당시 손아섭의 홈런→2루타 뒤 롯데는 3회말 득점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홈런이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9회말 찬스, 연장 11회말 만루찬스에서 롯데가 경기를 끝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일부 시선은 언급할 가치조자 없다.

프로야구단은 팀마다 편차가 있지만 연간 400억원 내외의 예산을 쓴다. 예년을 돌아보면 144경기 중 절반인 72경기를 이기면 대략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강에 들어갈 수 있었다. 1승에 5억5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셈이다. 비디오 판독센터에 매겨지는 벌금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큰 금액이다. 수많은 사람이 받은 스트레스는 환산조차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재경기를 할 수도, 기록을 수정할 수도 없다. 그냥 이대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잠자코 화를 삭이는 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비디오 판독에 신중을 기하며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비디오판독을 기다리는 동안 야구장 전광판에 경기화면을 내보내는 것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팬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비디오 판독 과정을 현장에서 확인한다. 논란을 걱정하며 감추고 주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공개해서 좀더 무거운 책임감을 지우는 것이 오히려 심판판정의 권위를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비디오 판독은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지우고자 하는 노력이다. 비디오 판독이 모든 스포츠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심판 위원이나 판독센터 모두 만능은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문제는 기본적인 수칙(구장 구조인지 등)도 지키지 않아 생기는 황당한 오류가 나왔다는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일이 터지고 난 뒤 뒤늦은 수습, 후회에 대한 속담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은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서 생긴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제2, 제3의 피해를 또 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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