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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 열린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전. 롯데 박세웅과 삼성 윤성환의 명품 에이스 맞대결. 전국적인 폭염특보가 발효된 삼복더위. 연장 12회 4대4 무승부. 그리고 명백한 비디오 판독 오독.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즉각적인 오독임을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만간 비디오판독 센터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것이다. 출전정지가 됐든, 제재금이 됐든 나올 것이다. 제제금이 수십만원, 수백만원이 나온다고 한들 손아섭의 날아간 홈런과 롯데의 사라진 승리는 보상받지 못한다. 당시 손아섭의 홈런→2루타 뒤 롯데는 3회말 득점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홈런이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9회말 찬스, 연장 11회말 만루찬스에서 롯데가 경기를 끝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일부 시선은 언급할 가치조자 없다.
프로야구단은 팀마다 편차가 있지만 연간 400억원 내외의 예산을 쓴다. 예년을 돌아보면 144경기 중 절반인 72경기를 이기면 대략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강에 들어갈 수 있었다. 1승에 5억5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셈이다. 비디오 판독센터에 매겨지는 벌금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큰 금액이다. 수많은 사람이 받은 스트레스는 환산조차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재경기를 할 수도, 기록을 수정할 수도 없다. 그냥 이대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잠자코 화를 삭이는 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심판 위원이나 판독센터 모두 만능은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문제는 기본적인 수칙(구장 구조인지 등)도 지키지 않아 생기는 황당한 오류가 나왔다는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일이 터지고 난 뒤 뒤늦은 수습, 후회에 대한 속담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은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서 생긴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제2, 제3의 피해를 또 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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