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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때는 제가 주변 얘기를 듣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그라운드를 떠났던 손용석을 부산에서 다시 만났다. 이제는 프런트라며 선수 시절 없었던 명함도 건네고, 전력 분석을 위한 각종 자료가 담긴 배낭을 맨 모습이 선수 시절과는 사뭇 달랐다. 손용석은 "이제 어느정도 새 업무에 적응을 마쳤다"며 밝게 웃었다.
손용석은 퓨처스팀, 2군 선수단과 함께하며 상대 전력 분석 업무를 맡고있다. 올해는 특히나 2군 전력 분석 업무가 중요하다. 올시즌이 종료된 후 2차드래프트가 열린다. 각 구단에 숨어있는 보석들을 발굴하기 위해 각 구단 관계자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아무래도, 2차드래프트에서 데려올 수 있는 선수는 현재 1군이 아닌 2군에서 뛰고 있을 확률이 높기에 손용석도 매 경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손용석은 "이충호(한화 이글스)는 내 개인적으로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투수였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았는지 한화에서 바로 정식 선수로 등록시켰다"며 아쉬워했다. 이충호는 한화에서 육성선수로 뛰다 지난달 27일 정식선수가 돼 1군 합류했고, 현재까지 3경기를 뛰었다.
2군 선수단도 코칭스태프가 있지만, 전력분석원으로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손용석은 "위에서 경기를 보면 '저 상황에서 왜 저런 플레이를 할까'부터 시작해 '나도 선수 시절에 저랬었지. 왜 그 때는 몰랐을까. 저런 부분만 더 신경썼다면 나도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밖에서 보니 야구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잘 되라는 마음에 어린 선수들에게 가끔 얘기를 해준다. 그러면 경청하는 선수도 있고, 흘려듣는 선수도 있다. 잘 따라주는 선수는 더 도와주고 싶다. 별 것 아닌거처럼 받아들이는 후배를 보면 안타깝다. 그런 선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도 어렸을 때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했던 게 은퇴 후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앞으로도 전력 분석 업무를 떠나 후배들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형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