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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 전력분석원 손용석이 후배들에 전하는 메시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7-03 16:32


◇이제는 전력분석원이 된 손용석.  사진=김 용 기자

"왜 그 때는 제가 주변 얘기를 듣지 않았을까요."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손용석(30)이라는 이름 석자에는 애증이 섞여있다. 2006년 롯데는 부산고를 졸업하는 손용석을 1차지명했다. 대형 내야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 투수가 아닌 야수 손용석을 선택한 것. 하지만 손용석은 야구 실력으로 이름을 알린 게 아니라 당시 구단 버스를 운전하던 아버지 손경구씨와의 사연 때문에 더 먼저 알려졌다.

그리고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방망이 실력만 놓고 보면 잠재력이 있고, 롯데에 꼭 필요한 근성있는 플레이 스타일도 갖췄지만 1군에서 뛰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수비가 약해 주포지션이 없었던 타격이 컸다. 그렇게 만년 유망주로만 살아온 지 12년. 손용석은 지난 4월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구단에서 제의한 전력분석원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조용히 유니폼을 벗었다.

그렇게 그라운드를 떠났던 손용석을 부산에서 다시 만났다. 이제는 프런트라며 선수 시절 없었던 명함도 건네고, 전력 분석을 위한 각종 자료가 담긴 배낭을 맨 모습이 선수 시절과는 사뭇 달랐다. 손용석은 "이제 어느정도 새 업무에 적응을 마쳤다"며 밝게 웃었다.

손용석은 퓨처스팀, 2군 선수단과 함께하며 상대 전력 분석 업무를 맡고있다. 올해는 특히나 2군 전력 분석 업무가 중요하다. 올시즌이 종료된 후 2차드래프트가 열린다. 각 구단에 숨어있는 보석들을 발굴하기 위해 각 구단 관계자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아무래도, 2차드래프트에서 데려올 수 있는 선수는 현재 1군이 아닌 2군에서 뛰고 있을 확률이 높기에 손용석도 매 경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손용석은 "이충호(한화 이글스)는 내 개인적으로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투수였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았는지 한화에서 바로 정식 선수로 등록시켰다"며 아쉬워했다. 이충호는 한화에서 육성선수로 뛰다 지난달 27일 정식선수가 돼 1군 합류했고, 현재까지 3경기를 뛰었다.

손용석은 선수로만 롯데 소속이다가 프런트로 팀을 바라보니 다른 게 많다고 했다. 손용석은 "선수로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더라. 팀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게 잘돼야 팀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하며 "선수 때는 선수가 야구만 잘하면 성적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선수들이 최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프런트가 효율적 지원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지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2군 선수단도 코칭스태프가 있지만, 전력분석원으로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손용석은 "위에서 경기를 보면 '저 상황에서 왜 저런 플레이를 할까'부터 시작해 '나도 선수 시절에 저랬었지. 왜 그 때는 몰랐을까. 저런 부분만 더 신경썼다면 나도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밖에서 보니 야구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잘 되라는 마음에 어린 선수들에게 가끔 얘기를 해준다. 그러면 경청하는 선수도 있고, 흘려듣는 선수도 있다. 잘 따라주는 선수는 더 도와주고 싶다. 별 것 아닌거처럼 받아들이는 후배를 보면 안타깝다. 그런 선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도 어렸을 때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했던 게 은퇴 후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앞으로도 전력 분석 업무를 떠나 후배들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형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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