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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 상대로 잘 던지는 투수, 어떤 심정이길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05-25 10:45


KIA 타이거즈 임기영은 지난 24일 친정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7이닝 1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안았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지난 겨울 FA 계약을 통해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은 지난달 4일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시즌 첫 등판서 승리를 따낸 후 "마침 홈 개막전 상대가 삼성이라 나가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결과가 좋아)다행이다. 평소 존경하는 이승엽 선배님과의 대결에서는 꼭 이기고 싶었는데, 결국 안타를 맞아 비긴 것 같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활약했던 팀을 떠나 실전에서 다시 만났을 때 투수의 심정은 어떨까. 차우찬의 말대로 각오가 특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친정'이 그리운 것은 대개의 인지상정이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남는 것은 승패 밖에 없다. 차우찬은 올해 삼성을 상대로 벌써 두 차례 등판했다. 특별히 신경을 써서 던졌기 때문인지 몰라도 두 경기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합계 14⅓이닝 10안타 1실점으로 투구 내용이 눈부셨다. 지난 10일 대구 경기에서 이원석에게 좌중월 솔로홈런을 맞고 1실점했을 뿐이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도 마찬가지다. 박세웅은 2015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kt 위즈에서 이적했다. 2014년 kt 신인 1차지명을 받은 박세웅은 동기들 가운데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1군 첫 해인 이듬해 시즌초 한창 주가를 올리던 중 롯데로 팀을 옮겼다. 그러나 박세웅은 친정팀 kt를 상대로 유난히 돋보이는 투구를 했다. kt 상대로 통산 5차례 선발로 나가 3승,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중이다. 올시즌에도 kt전에 두 번 등판해 모두 승리를 거뒀다. 지난 4일 수원에서는 6이닝 6안타 2실점, 18일 부산에서는 6⅓이닝 5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KIA 타이거즈 사이드암스로 임기영의 친정팀은 한화 이글스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임기영은 2014년말 한화와 FA 계약을 한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당시 임기영은 유망주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한화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던 상황이었다. 한화에서 3시즌 동안 거둔 성적은 2승3패, 평균자책점 5.34였다.

그러나 임기영은 이적 직후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뒤 올시즌 돌아와 전혀 다른 투수로 성장했다. 그만큼 KIA가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인데, 박세웅,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 등과 함께 토종 영건 에이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임기영은 지난 24일 대전에서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한화를 상대로 등판했다. 7이닝 5안타 1실점의 빼어난 피칭으로 승리를 안아 시즌 6승째를 따냈다. 이날 현재 임기영은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1.82) 3위에 올라 있다. 경기 후 임기영은 "사실 똑같이 던지려고 했는데 (친정팀이기 때문에)좀더 집중이 잘 된 것 같다. 친정팀과 꼭 붙어보고 싶었는데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했다.

물론 친정팀을 상대로 반드시 잘 던진다는 통계적 수치는 없다. 고전하는 투수들도 여럿 된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의 경우 이적 후 친정팀 롯데를 상대로 7경기서 1승2패, 평균자책점 4.20으로 경기마다 기복을 보였다. 한화 배영수도 2000년 입단 후 15년을 뛴 삼성을 상대로 1패, 평균자책점 9.39로 부진했다.

다만 상대가 낯설지 않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편해질 수 있고, 반대로 나를 버린 팀 또는 내가 떠난 팀에 대한 특수한 감정이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구는 야구일 뿐이다. 원래 실력, 당일 컨디션이 어떤지가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 게 옳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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