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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1)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승엽은 21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KBO리그 통산 45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의 황금기 8년을 일본에서 보낸 이승엽이다. 그 기간 159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국내에서만 450홈런을 만들어냈다. 한·일 통산홈런은 무려 609개.
이승엽의 홈런은 당분간 깨지지 않는다. 통산홈런 2위 양준혁(351개·은퇴)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현역 홈런 2위인 이호준(NC·330개 역대 4위)과 3위 이범호(KIA·286개 9위)가 이승엽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현재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이승엽 스스로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홈런 이정표로 450홈런을 꼽은 바 있다. 이승엽이 처음부터 홈런타자였던 것은 아니다. 1995년 고졸로 삼성유니폼을 입었을 때만해도 촉망받는 좌완 투수였다. 하지만 부상 등의 이유로 타자로 전환했다. 1995년 첫해 타율 2할8푼5리에 13홈런 73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슬림한 체격에도 타고난 손목 힘이 좋아 타구는 덩치 큰 거포선수들 못지 않았다.
1996년 9홈런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한 뒤 1997년 타율 3할2푼9리, 32홈런 114타점으로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후부터는 승승장구였다. 1999년 54홈런에 이어 2003년 아시아홈런신기록인 56호홈런을 만들어냈다. 2004년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할 때는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KBO리그 최고타자로 발돋움한 상태였다.
일본에서 복귀한 2012년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해 타율 3할7리에 21홈런 85타점을 기록했지만 2013년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으로 부진했다. 이듬해 이를 악문 이승엽은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으로 부활했다.
이후 2015년 타율 3할3푼2리 26홈런 90타점, 2016년 타율 3할3리 27홈런 118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눈물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승엽이다.
초유의 꼴찌를 달리고 있는 삼성타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4월 한달간 타율 2할5푼3리를 기록했던 이승엽은 5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8경기에서 무려 5차례나 멀티히트를 기록중이다. 타율도 2할8푼1리까지 끌어올렸다.
지금도 대구 홈게임이면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해 방망이를 돌리는 이승엽. 야구 외엔 다른 곳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후배들을 배려하는 마음, 팬들에 대한 겸손한 자세. 20년 넘게 최고스타였지만 한결같은 인품. 이승엽은 KBO리그 최고의 모범생이다. 올해초 신인선수교육에 강사로 나선 이승엽은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야구만 열심히 하고 한눈 팔지 않으면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더 많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책임감과 팬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홈런을 치고 묵묵히 그라운드를 도는 이승엽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