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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 칼럼]와인드업 모션 회귀한 배영수, 멋진 선발로 부활?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04-10 21:23


한화 이글스 배영수는 와인드업 모션 투구폼으로 회귀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일본의 유명 만화중에 '오키쿠 후리카붓테(おおきく振りかぶって·한국판 크게 휘두르며)'라는 작품이 있다.

제목에 특정의 뭔가를 가리키는 단어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일본 사람이라면 이 만화는 몰라도 야구에 관련된 내용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키쿠 후리카붓테'라는 말은 투수가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와인드업 모션을 뜻하는 것으로, 야구 중계에서 아나운서가 자주 언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말은 거의 사라졌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투구시 양팔을 올리지 않고 가슴이나 배 앞에 글러브를 놓는 노와인드업을 하거나 주자가 없어도 세트포지션으로 던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인드업 모션으로 주목받은 투수가 있다. 604일 만에 선발승을 따낸 한화 이글스 배영수다. 그는 지난 4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와인드업 모션을 앞세워 6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안았다.

예전에 노와인드업으로 던졌던 배영수는 왜 투구동작을 와인드업으로 바꿨을까. 배영수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투구 리듬을 찾으려고 작년 가을 마무리 캠프 때부터 시작했다. 실제로 와인드업으로 던지니 밸런스가 아주 좋아졌다"고 했다. 배영수가 실로 오랜만에 선발승을 얻을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와인드업 모션이라는 이야기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서도 와인드업 모션으로 던지는 투수를 보기 힘들어졌다. KIA 타이거즈 임창용 정도가 눈에 띈다. 이번에 배영수에게 도움을 준 와인드업 모션은 왜 사라지게 됐을까.

그 이유에 대해 NC 최일언 수석코치는 이렇게 해석했다. "사실은 세트포지션이 아닌 와인드업과 노와인드업은 모두 불필요한 동작이다. 특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나올 기회가 많은 중간투수는 당연히 세트포지션에서 던져야 되지만, 주자가 없을 때 세트포지션으로 던져도 문제가 없으니 와인드업 모션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일언 코치는 와인드업 모션이 현대 야구에서 불필요해지기는 했지만 효과는 있다고 했다. 그는 "던지기 전에 양팔을 올리면 일련의 동작 과정에서 무리한 힘이 빠져 부드럽게 던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배영수의 투구를 보면 회전이 걸린 좋은 공이 좌우 코너로 잘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와인드업 모션에 대해 차명석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또다른 장점을 언급했다. "와인드업은 멋있게 보인다. 선발투수라면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동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연예인들이 시구를 할 때 와인드업 모션으로 던지면 관중석에서 환성이 쏟아지기도 하니 일리있는 주장이다.

일본에는 와인드업의 대명사로 메이저리그 출신 마쓰자카 다이스케(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있다. 하지만 마쓰자카도 오른쪽 어깨 수술 후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자 와인드업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팔꿈치 수술을 한 배영수는 다시 시도한 와인드업으로 부활의 문으로 들어섰다. 와인드업을 선호하지만 버릴까 고민중인 마쓰자카와 와인드업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배영수. 두 선수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둘은 2000년대를 대표한 에이스 투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영수와 마쓰자카는 와인드업을 놓고 시행착오를 겪을 마지막 세대가 될 지도 모른다.

배영수는 "일단 와인드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오오키쿠 후리카붓테'. 선발투수가 멋지게 던질 때만 들을 수 있는 이 말을 배영수가 던지는 모습에서 떠올릴 수 있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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