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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배영수 재기 원동력은 현역최다승 자존심 접은 용기였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4-05 02:25


◇4일 NC다이노스와의 홈개막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배영수.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4일 경기후 김성근 감독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배영수.

◇경기후 김 감독과 포옹하는 배영수.

한화이글스 베테랑 배영수(36)는 4일 NC 다이노스와의 홈개막전에서 6이닝 무실점 쾌투로 604일만에 선발승을 거뒀지만 표정은 무덤덤했다. 128승이던 배영수의 현역최다승은 129승으로 경신됐다.

배영수는 씩 웃으며 "자주 보여줘야할 모습"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지난해 얘기를 꺼낼 때는 눈시울이 잠시 붉어졌다. 배영수는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3년간 21억5000만원에 FA계약을 했다. 2015년 4승11패, 부진했던 그해 오른 팔꿈치 웃자란뼈 제거수술까지 했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주위에선 '이제 끝났다'는 성급한 평가도 나왔다.

배영수는 수술뒤 이를 악물고 몸을 만든 뒤 지난해 10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떠났다. 미야자키 교육리그는 일본프로야구의 신진급 선수와 한국프로야구의 2군 선수들이 야구를 배우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다. 쉴새없이 실전만 거듭한다. 배영수는 "나는 미야자키 교육리그 최고령 선수였다. 처음에는 김성근 감독님이 가라고 할때 좀 섭섭한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처음에는 내자신이 부끄러웠지만 1주일이 지나니 그런 마음을 먹은 내가 부끄러웠다. 새롭게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부딪혔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하는 나이'라고 했다. 그 의미를 이제 알 것 같다. 감독님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배영수는 이날 기가막힌 몸쪽 제구를 보여줬다. 배영수는 "이것도 교육리그에서 배운 것이다. 위기가 있었지만 워낙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마음이 참 편했다.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과거에 내가 좀 던진 투수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후배들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팔상태가 좋아지니 몸쪽 승부를 하기에도 훨씬 수월한 모습이다. 이날 최고구속은 140㎞대 초반에 그쳤지만 주무기인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도 잡고, 승부구로도 활용했다. 체인지업도 효과적이었다.

배영수는 "딸이 둘 있다. 5살, 6살인데 내가 야구선수인지도 모른다. 야구를 알 만한 나이가 됐을 때는 내가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아빠가 야구선수임을 보여줬다"며 웃었다. 배영수는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 올초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구속을 끌어올리고 무려 3000개에 가까운 불펜피칭을 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배영수를 일찌감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알렉시 오간도에 이어 3선발로 낙점했다. 배영수에게 홈개막전 선발을 맡긴 것은 특별한 의미였다. 현역 최다승 투수라는 자존심마저 뒤로 하고 땀과 열정을 불태운 승부사 배영수. 올시즌을 마치면 3년 계약이 끝난다. 배영수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며 힘줘 말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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