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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이닝 13안타 1득점.'
한국은 지난해 대표팀을 구성할 때부터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처음에는 마운드가 걱정이라고 했지만,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타선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은 두 경기서 합계 13안타 1득점에 그쳤다. 타선의 중심인 김태균 이대호 최형우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작전과 타선 연결은 언감생심이었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이들 3명을 앞세워 중반까지 리드를 잡고, 정교한 불펜진 운영으로 승리를 노렸지만 계획은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역대 WBC 대표팀 가운데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이번에도 선수들의 정신력을 믿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실력과 컨디션 모두 바닥이었다. 한국은 지난 세 차례 WBC에서 각각 4강, 준우승, 1라운드 탈락을 기록했다. 2006년 1회 대회에서는 국내와 해외파를 망라, 최강 멤버를 소집해 도쿄에서 일본을 꺾는 등 드라마를 연출하며 4강에 올랐다. 리그 방식이 기형적인 탓에 3위에 그쳤지만, 승률은 6승1패로 참가국중 1위였다. 준결승에서 일본에 0대6으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미 2패를 확정한 한국은 9일 대만을 이기더라도, 혹여 천운이 따라 1라운드를 통과하더라도 역대 최악의 경기력으로 일관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이번 WBC는 문제점 투성이인 한국 야구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타자들의 '거품론'이다. KBO리그는 최근 타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3할 타자가 즐비하다. 지난 시즌에는 40명이나 됐다. 극심한 타고투저를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타고투저는 스트라이크존 뿐만 아니라 투수 유망주 육성 실패 등 한국 야구의 총체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 김태균과 이대호는 두 경기에서 각각 7타수 무안타, 9타수 1안타를 쳤다. 타점은 하나도 없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최형우는 이날 9회 대타로 나가 내야안타를 친 게 전부다. 김태균은 지난해 타율 3할6푼5리, 23홈런, 136타점을 올렸다. 최형우는 지난해 타율 3할7푼6리, 31홈런, 144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보냈다.
팬들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WBC를 한껏 부푼 기대감을 갖고 기다렸고 지켜봤다. 그러나 지금 WBC 개최라는 국제적 위상을 논할 때는 아니다. 거품 낀 KBO리그의 현주소가 서울의 봄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