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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밥상인터뷰] 김진욱 감독 "kt 꼴찌 탈출? 근거 없이 자신 있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2-07 21:16


스포츠조선과 인터뷰 중인 kt wiz 김진욱 감독.
논현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1.23/

"근거 없다고 해도 좋아요. 저는 정말 꼴찌 안 할 자신이 있습니다."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장해제'가 된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들과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장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깊은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밥상인터뷰] 여덟번째 손님은 kt 위즈 김진욱 감독(57)이다. 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23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곰탕집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자택과 가까워 평소 즐겨 찾는 곳이다. 식당 직원들은 유명 야구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밥을 참 맛있게 먹는 손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독감에 걸려 사흘 동안 앓았다"는 김 감독은 목소리가 좋지 않았지만, kt의 새 시즌 구상을 이야기할 때는 데시벨을 높였다. 그는 '김진욱의 야구'가 아닌 'kt 야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김 감독 얘기를 들어봤다.

◇"커피 CF 러브콜? 전혀 없었다"

-장소를 곰탕집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평소에 가장 즐기는 음식이 뭔가.

편하게, 맛있게, 즐겁게, 많이 먹자는 주의다. 어떤 메뉴에 한 번 꽂히면 계속 먹는다. 피자를 한 달 동안 똑같은 종류로 먹은 적도 있다. 날 음식은 안 좋아하고 고기를 좋아한다. 내가 다니는 식당들은 야구 감독인지는 몰라도 잘 먹으니까 다 알아보는 편이다.(웃음)


-어릴 때부터 야구를 했으니 보양식도 많이 드셨을 것 같은데.

손, 발이 차서 부모님이 인삼을 늘 달여주셨다. 결혼하고도 빼놓지 않고 먹는다. 손, 발이 차면 동계 훈련 때 힘들다. 그 시절에는 장비도 열악했으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뼈도 약해서 사골도 정말 많이 먹었다. 부모님 정성에 효과가 있어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좋은 몸을 주셨지 않나.

-김진욱 감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커피'다. 소문난 믹스커피 애호가인데, 정말 건강에 문제가 없나.

나의 '커피 사랑'은 진실이다.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들께 물어보는데, 다들 문제 없다고 한다. 몸에 이상이 생길 만큼 마시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

-커피 CF 제의는 받은 적이 없나. 만약 들어오면 출연하실 생각인가.

들어온 적이 전혀 없다.(웃음) 제안을 받으면? 당연히 찍어야지. 그런데 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찍는다면 선수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매개체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 독감 때문에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사흘 정도 집에서 꼼짝을 못했다.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뼈 마디마디가 아프더라. 사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자신도 모르게 병들게 한다. 과거에는 당뇨, 콜레스테롤 지수, 간 수치까지 안 좋았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해도 쌓이는 것 같다.

◇'커피감독'은 kt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까

-부임 직후 마무리캠프에서 선수단을 직접 보니, 생각했던 것과 차이점이 있었나.

밖에서 본 것과 많이 달랐다. 그리고 캠프를 거치며 선수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사실 이번 마무리캠프는 훈련 캠프가 아니었다. 서로 알아간다는 콘셉트를 잡았는데, 그것만 놓고 보면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선수들과 코치, 프런트가 서로 다가가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결국 기술보다 정신적 차이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벽을 더 허물겠다는 뜻인가.

선수들의 눈빛만 봐도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다가 감독이 들어오면 후다닥 지퍼를 올린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감독에게 다가가는 것도 창의력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경기 중에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는데, 어떤 선수가 내 엉덩이를 툭툭 두들기고 가더라. 예의 없어 보였냐고? 아니다. 나와 그 선수가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것은 감독과 선수가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번 스프링캠프의 목표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계획을 세운 것을 그곳에서 어떻게 잘 이뤄가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큰 틀에서의 준비는 다 됐고, 선수들과 1대1로 대하면서 시즌을 준비하는 게 스프링캠프 목표다. 짧은 시간 내에 서로 더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

-두산 선수들이 kt 선수들에게 "김진욱 감독님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이라는 '팁'을 줬다고 한다.

주로 야구 이야기를 편하게 하려고 한다. 대화가 필요한 선수는 잘 되는 선수보다 안 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다. 물론 나도 냉정할 때는 굉장히 냉정하다. 기본적으로 3번은 기다리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아웃'이다. 앞으로 야구 외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한 감독이 될 생각이다.

-주장 박경수부터 "새 감독님께 말을 많이 걸겠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할까?(웃음) 선수들은 감독을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나는 정말 그것을 없애고 싶다. 말 걸어오는 것은 대환영. 물론 감독이 아니라 그냥 말 상대가 되어버리면 그건 또 역효과 아닌가. 그 선을 맞추는 게 나의 역할이다. 스킨십을 하지 않으면 자꾸 권위로 포장되고, 거리가 생긴다. 서로 맞추다 보면 전체 분위기가 점점 더 변해가리라 기대한다.

◇장성우 그리고 해결 과제

-장성우가 올해 정상적으로 뛸 수 있을까. 개인적인 사건도 있었고, 허리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캠프에 갈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됐다는 보고를 받고 합류를 결정했다. 포수 숫자를 고민했는데, 5명이 가야 훈련 로테이션상 좋을 것 같더라. 캠프는 재활하는 곳이 아니다. 경기에 뛸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반성의 시간을 보낸 장성우가 다시 뛸 때가 됐다는 뜻인가.

캠프 참가는 본인의 반성 여부도 고려해서 판단했다. 장성우가 재능있는 선수라서 밀어주는 것은 전혀 없다. 그냥 감독 입장에서는 kt 선수니까 똑같이 챙길 뿐이다. 얼마 전에 성우가 내게 카톡 메시지를 보냈더라. 그냥 이제는 자신이 다가가도 되겠느냐는 짧은 내용이었다. 장성우라는 선수가 전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앞으로 선수 인성을 얼마나 올바르게 잡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지켜보겠다.

-막내 구단이지만 선수들의 사건, 사고로 이미지가 훼손된 것이 사실이다. 감독으로서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생갭다 빨리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kt의 가치 기준을 분명히 만들고, 구단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고위층이 오든, 변하지 않는 kt 야구단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김진욱 야구'는 없다. 'kt 야구'여야 한다. 계약 전 면접 때 나는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보다 오히려 지금 kt의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할 각오로 나갔다. 그때 사장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현장부터 프런트, 아르바이트생까지 다 같은 마음으로 갈 수 있을까요. kt는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은 팀인데 같이 갈 수 있을까요." 말처럼 쉽지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알아야 좋은 구단이 될 수 있다. 위치, 직위에 상관없이 kt를 위해 뭉치면 자연스레 문화가 형성된다. 다행히 사장님께서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고, 기쁜 마음으로 계약을 맺었다.

-kt에는 사연 있는 선수들이 많다. 개성 강한 베테랑들도 있다.

관계없이 하나로 만들어내는 것이 내 숙제다. '육성'이라는 단어를 뱉어놓고 시작하는 시즌이니, 베테랑 선수들은 불안할 수 있다. 그걸 잘 포용해야 한다. 그래야 팀이 하나가 될 수 있다.

-박경수가 주장 재신임을 자청했는데.

해설위원으로 중계를 할 때, kt 선수들의 명단을 쭉 훑어보니 주장 감이 없더라. 지금 kt 선수단에 맞는 주장 감이 없다는 뜻이었다. 박경수도 좋은 선수지만 신생팀에 맞는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밝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 필요했다. 그런데 감독 취임식 날 나도 예상 못 했는데 박경수가 먼저 이야기를 하더라. "변할 자신이 있냐"고 물었는데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올해 훨씬 더 주장 역할을 잘할 거라 기대한다.

◇마지막 소원? 영화 엑스트라 출연!

-두산 감독을 그만두고, 해설위원을 했다.

나는 해설을 못 할 거라 생각했다. 경상도 사투리도 있고, 말할 때 끝이 내려가는 스타일이라 전달력이 좋지 않다. 그래도 한번 시작하면 100%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 볼펜을 입에 물고 배우들이 하는 발음 훈련도 해보고, 발성 연습도 열심히 했다. 같이 방송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임용수 캐스터의 도움으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카메라 울렁증'이 심했다고 들었는데.

사실 선수 시절 카메라 테스트도 받았다. 80년대 중반이라 홍콩 배우 주윤발이 인기였는데, 사람들이 내게 닮았다고 하면서 영화배우를 하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테스트를 받았지만, 끼가 없어서 안 된다는 냉정한 답변을 들었다.(웃음) 언젠가는 영화 엑스트라라도 출연해보는 것이 나의 마지막 꿈이다. '카메라 울렁증'은 해설위원 하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싫다. 예전에는 왜 다른 감독님들이 카메라 인터뷰를 할 때 고글을 쓰고 말씀하시나 이해가 안 됐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긴장감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더라.

-해설을 해보니 변화가 있었나. 가장 크게 차이를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

야구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해설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팀들에게 영향을 안 주는 선에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어쩔 때는 내 마음대로 말하고 싶은데.(웃음) 팀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 자제했다. 그래도 그렇게 예상을 한 것은 감독을 해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설은 현상을 설명하는 직업이고, 감독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예측을 해야 살 수 있는 직업이다. 그런 차이점이 있다.

-두가지를 모두 경험한 지금은 무엇이 더 어렵나.

해설이 어렵지만, 감독은 정말 어렵다. 무엇을 결정해도 100% 성공할 수 없다. 그 확률을 높이는 싸움인데, 결국 선수들이 잘해줘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램을 짜도 선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안된다. 그리고 코칭스태프는 선수 개개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원포인트'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야구가 안 될 때, 자기가 가장 잘했던 고교 시절 영상을 가져오곤 한다. 내가 보기엔 지금 공이 더 좋은데, 선수들은 그때 느낌이 더 좋았던 것만 기억한다. 나는 그런 선수들에게 "그때와 지금은 몸이 다르다. 몸이 변했기 때문에 당연히 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때 폼을 찾는 게 아니라 느낌을 찾아야 한다. 그때보다 어려운 타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지는 것뿐이다.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꼴찌 탈출, 근거 없이 자신 있다"

-시끌벅적했던 스토브리그가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kt는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새 시즌을 맞게 됐다.

'남 탓하지 말자'는 한마디로 정리하겠다. 기대치는 있었지만 안 된 건 안 된 거다. 구단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내가 안다.

-2년 연속 10위에 그친 kt가 올해 꼴찌 탈출을 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kt의 마지막 홈 경기를 중계했는데, 그때 2017시즌에는 +20승을 해야 한다고 말해놨다.(웃음) 성적은 물론 중요하다. 나는 아무런 근거 없이 꼴찌 안 할 자신이 있다. 3년 연속 꼴찌는 굉장히 큰 타격이다.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 그때는 선수를 보강해도 쉽지 않다. 물론 객관적 전력은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당연하지 않은 것이 야구다.

-3년 만에 해설위원이 아닌 감독으로 스프링캠프 출발선에 올랐다.

솔직히 많이 설레고 기대도 크다. 선수들이 신나게 운동하는 모습이 상상된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올해 퓨처스팀도 처음 해외(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퓨처스팀 감독님도 빨리 가서 선수들과 훈련하고 싶은 모양이더라. 우리는 육성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 팀이다. 그래서 전적으로 선수들을 위할 수 있는 코치들을 선발했다. 선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코치들이 제격이다.

-아직은 창단 초기라 연고지 색깔이 약하다. 그것도 kt가 안고 있는 과제다.

감독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구단 이미지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싶다. 선수들에게 '너는 팬들을 위한 것이 어떤 거라 생각하냐'고 다 물어볼 생각이다. 스스로 팬을 위한 야구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1년 후 이맘때 다시 인터뷰를 한다면.

그때는 아마 포스트시즌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웃음) 이런 선수를 영입했으니 새해에는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고, 앞으로 우승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보강해야 한다는 이야기? KBO리그 발전을 위해 멋진 야구를 했다고 꼭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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