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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클레이튼 커쇼'답지 않았다.
이날 워싱턴과의 경기에서도 6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던 커쇼는 7회 들어 갑작스럽게 난조를 보이며 만루를 만들어놓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특히 2사 2루서 브라이스 하퍼를 상대로 풀카운트 끝에 8구째 볼넷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힘겨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4구째 95마일 직구가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을 걸친 듯했지만, 볼판정을 받자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어 등판한 페드로 바에스와 루이스 아빌란이 막아줬다면 몰라도 애초에 스스로 위기를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커쇼는 왜 포스트시즌에서 약할까. 이날 커쇼는 1차전 피칭 후 3일을 쉬고 나갔다. 커쇼는 포스트시즌에서 다소 욕심을 낸다. 감독의 요청도 있지만, 스스로도 승리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며 3일 휴식 후 등판을 마다하지 않는다. 2013년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1차전 등판후 3일을 쉰 뒤 4차전에 나가 6이닝 3안타 2실점했다.
심리적인 문제로 볼 수도 있는데,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평소처럼 담담하게 던지는 능력이 커쇼에게 부족하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커쇼처럼 포커페이스에 능숙하고 마운드에서 집중력을 잘 발휘하는 투수도 드물다. 심리적인 부담을 결정적인 이유로 보기도 사실 어렵다. 커쇼가 워낙 뛰어난 투수라는 이미지 때문이지, 이름을 떠나 기록 자체로 놓고 보면 나쁜 투구 내용은 아니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포스트시즌 투구를 부진으로 몰고 갈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저스가 기대한 모습은 분명 아니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연수를 받은 경험이 있는 KBO리그의 한 구단 관계자가 커쇼와 관련해 흥미로운 설명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 팀들도 쿠세(투구시 습관)를 분석한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정규시즌 때는 이를 무시하지만, 포스트시즌서는 가끔 활용하는 팀이 있다고 들었다. 커쇼가 부진한게 그 때문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어쨌든 커쇼가 포스트시즌서 평소답지 않은 이유를 찾는 것은 다저스에게는 과제나 다름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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