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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의 생명은 각입니다."
임정우의 커브 그립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을까. 임정우는 "정말 다른 게 없다. 보통 선수마다 커브 그립을 쥐는 게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중지 바깥쪽을 실밥에 걸어 던지는 건 다 똑같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임정우는 '각도'를 강조했다. 그는 "내 커브가 다른 건 공을 던지는 순간 실밥을 챌 때의 손목 각도다. 나는 손목이 머리쪽으로 90도 가까이 꺾여있는 상태에서 공을 뿌린다. 이게 빠른 투구 동작 중에서는 눈치채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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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우는 야구를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커브를 유독 좋아했다고 한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게 뭔가 멋있었다"는게 이유다. 임정우는 "커브를 잘 던지고 싶었다. 어릴적부터 연습을 많이 했다. 특히, 롱토스를 할 때도 일부러 커브를 던지곤 했다. 그 때부터 자연스럽게 커브와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임정우가 느끼는 커브의 매력은 뭘까. 그는 "다른 투수들은 볼로 떨어뜨릴 때 타자들이 헛스윙하는 순간을 말하지만, 나는 스트라이크존으로 커브가 떨어질 때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오지 않는 순간 가장 큰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경기에서 임정우의 커브에 스탠딩 삼진으로 경기가 종료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임정우는 최근 주목받는 자신의 주무기에 대해 "사실 프로 데뷔 후에도 커브의 구위는 지금과 비슷했던 것 같다. 다만, 그 때는 야구를 너무 못해서 조명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사실 내가 다른 선수와 비교하면 손목, 팔꿈치, 어깨 관절이 선천적으로 굉장히 부드러운 면이 있다. 이게 변화구를 던지는 데는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손목을 꺾으며 공을 챌 수 있는 것도 이 것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내 몸에만 의존하면 언젠가는 한계가 온다. 평소 준비, 보강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커브를 많이 던지면 누구든 팔뚝(전완근)에 무리가 오기 마련인데, 이는 운동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브의 구위도 구위지만, 그 커브를 던지기 위해 뒤에서 노력하는 자신의 평소 준비 과정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 보였다.
방법 알아도 못던지는 임정우 커브
임정우를 지도하는 강상수 투수코치는 "이런 파워커브를 던지는 투수는 현재 KBO리그에 임정우 말고 없다"고 말했다. 강 코치는 "커브 구속이 120㎞ 중후반대로 형성된다. 커브로 굉장히 빠른 구속이다. 아무래도 떨이지는 공의 구속이 늘면 늘수록 타자 앞 위력은 더해진다"고 말했다.
LG에는 임정우 뿐 아니라 또 한 명의 명품 커브볼러가 있다. 캡틴 류제국. 강 코치는 "회전수를 비교하면 임정우보다 류제국 커브의 회전수가 더 많다. 회전수가 더 많으면 공이 더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두 투수의 공이 떨어지는 각이 비슷하다고 하면, 임정우의 공에 얼마나 힘이 있는지 설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코치는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 포함, 임정우의 파워커브와 가장 비슷한 공을 던진 투수를 꼽으라면 김원형 SK 와이번스 투수코치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냉정히 두 사람의 커브만을 비교하자면 임정우의 커브가 더 힘있고 빠르다"고 설명했다.
강 코치는 마지막으로 "임정우 커브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얘기가 나가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던지는 방법을 알아도, 임정우가 아니면 못던진다. 누가 가르친다고 던질 수 있는 공이 아니다. 정우가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최고의 무기"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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