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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명품' 임정우가 전하는 나의 커브 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9-20 09:45



"커브의 생명은 각입니다."

가을야구를 향한 진격, 돌풍의 LG 트윈스. 그 주역으로 많은 선수들이 손꼽히지만 이 선수 없이 얘기를 꺼내기 곤란하다. 보직 전환 첫 해, LG의 새 마무리로 확실히 자리잡은 임정우. 그는 시즌 27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2012 시즌 봉중근이 마무리 전환 첫 해 기록한 26세이브를 넘어서며 장밋빛 미래를 알렸다. 이런 임정우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커브. 그의 파워커브는 '명품 중 명품'으로 손꼽힌다. 구속, 떨어지는 각도가 다른 선수들의 것과 차원이 다르다. 던지는 방법을 알아도, 임정우가 아니면 던질 수 없다는 그 커브에 관한 얘기를 임정우 본인과 강상수 투수코치에게 들어봤다.

중요한 건 손목의 각도

임정우의 커브 그립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을까. 임정우는 "정말 다른 게 없다. 보통 선수마다 커브 그립을 쥐는 게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중지 바깥쪽을 실밥에 걸어 던지는 건 다 똑같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임정우는 '각도'를 강조했다. 그는 "내 커브가 다른 건 공을 던지는 순간 실밥을 챌 때의 손목 각도다. 나는 손목이 머리쪽으로 90도 가까이 꺾여있는 상태에서 공을 뿌린다. 이게 빠른 투구 동작 중에서는 눈치채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손목을 꺾어 던지는 것일까. 먼저 위에 언급한 각도 얘기가 다시 나온다. 임정우는 "공이 떨어지는 각도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커브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이 클수록 타자에게 큰 혼란을 준다. 손목 전체를 수평하게 세워 떨어지는 방향으로 회전을 준다면, 공에 더 큰 회전력을 실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방법으로 공을 채면 회전이 다르다고 한다. 임정우는 "일반적인 커브는 포심패스트볼과 비교해 회전 방향이 반대다. 포심이 타자 방향으로 돌아들어온다고 하면, 일반 커브는 회전이 투수쪽, 타자 입장에서 역방향으로 돌아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나는 커브도 포심과 비슷한 회전으로 보이게 하려 애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타자를 헷갈리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낙 찰나의 순간 벌어지는 승부이기에, 타자가 육안으로 회전을 보며 머릿속으로 승부에 대한 계산을 하기는 매우 힘들지만 0.1%라도 더 타자를 헷갈리게 할 수 있다면 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임정우의 설명이다.


◇임정우에게 직접 잡은 커브 그립 촬영을 부탁했더니 "영업 비밀"이라는 농담을 하며 정중히 사양했다. 대신 사회인 야구를 하는 LG 홍보팀 김민호 사원이 임정우 커브의 손목 각도를 비교해줬다. 왼쪽이 임정우가 커브를 던질 때 공을 채는 순간 각도, 그리고 오른쪽은 일반적으로 커브를 전질 때 공이 손을 떠나기 전 각도다.  사진=김 용 기자
스탠딩 커브 삼진에 큰 쾌감

임정우는 야구를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커브를 유독 좋아했다고 한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게 뭔가 멋있었다"는게 이유다. 임정우는 "커브를 잘 던지고 싶었다. 어릴적부터 연습을 많이 했다. 특히, 롱토스를 할 때도 일부러 커브를 던지곤 했다. 그 때부터 자연스럽게 커브와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임정우가 느끼는 커브의 매력은 뭘까. 그는 "다른 투수들은 볼로 떨어뜨릴 때 타자들이 헛스윙하는 순간을 말하지만, 나는 스트라이크존으로 커브가 떨어질 때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오지 않는 순간 가장 큰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경기에서 임정우의 커브에 스탠딩 삼진으로 경기가 종료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임정우는 최근 주목받는 자신의 주무기에 대해 "사실 프로 데뷔 후에도 커브의 구위는 지금과 비슷했던 것 같다. 다만, 그 때는 야구를 너무 못해서 조명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사실 내가 다른 선수와 비교하면 손목, 팔꿈치, 어깨 관절이 선천적으로 굉장히 부드러운 면이 있다. 이게 변화구를 던지는 데는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손목을 꺾으며 공을 챌 수 있는 것도 이 것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내 몸에만 의존하면 언젠가는 한계가 온다. 평소 준비, 보강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커브를 많이 던지면 누구든 팔뚝(전완근)에 무리가 오기 마련인데, 이는 운동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브의 구위도 구위지만, 그 커브를 던지기 위해 뒤에서 노력하는 자신의 평소 준비 과정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 보였다.

방법 알아도 못던지는 임정우 커브

임정우를 지도하는 강상수 투수코치는 "이런 파워커브를 던지는 투수는 현재 KBO리그에 임정우 말고 없다"고 말했다. 강 코치는 "커브 구속이 120㎞ 중후반대로 형성된다. 커브로 굉장히 빠른 구속이다. 아무래도 떨이지는 공의 구속이 늘면 늘수록 타자 앞 위력은 더해진다"고 말했다.

LG에는 임정우 뿐 아니라 또 한 명의 명품 커브볼러가 있다. 캡틴 류제국. 강 코치는 "회전수를 비교하면 임정우보다 류제국 커브의 회전수가 더 많다. 회전수가 더 많으면 공이 더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두 투수의 공이 떨어지는 각이 비슷하다고 하면, 임정우의 공에 얼마나 힘이 있는지 설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코치는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 포함, 임정우의 파워커브와 가장 비슷한 공을 던진 투수를 꼽으라면 김원형 SK 와이번스 투수코치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냉정히 두 사람의 커브만을 비교하자면 임정우의 커브가 더 힘있고 빠르다"고 설명했다.

강 코치는 마지막으로 "임정우 커브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얘기가 나가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던지는 방법을 알아도, 임정우가 아니면 못던진다. 누가 가르친다고 던질 수 있는 공이 아니다. 정우가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최고의 무기"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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