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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2명 빠진 한화, 비가 로테이션에 끼친 영향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6-16 11:21


복잡하게 꼬여가는 듯 했던 한화 이글스 선발 로테이션 문제가 모처럼 내린 비덕분에 정리되는 듯 하다.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0/
한화는 지난주까지 최근 16경기에서 13승을 거두며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이 과정에 불안 요소들이 누적되고 있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선발진의 이탈 현상이다.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팔꿈치 근육 염증으로 지난 6일에 1군 엔트리에서 빠진데다 '한화의 미래'로 불리는 젊은 우완투수 이태양 역시 지난 12일에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태양은 물집때문에 공을 채야하는 오른손 중지 끝부분에 상처가 나있었다. 또한 최근 피로누적으로 구위가 썩 좋지 않았다. 겸사겸사 손가락도 치료하고 휴식을 통한 재충전을 위해 1군에서 제외됐다.

로저스와 이태양 모두 심각한 정도의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5인 선발 로테이션 체제에서 2명이나 빠진 건 쉽게 볼 수 없는 문제다. 한화가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을 탈출해 상승세를 탈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바로 선발진의 안정화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선발 투수들의 이탈은 자칫 어렵게 만든 상승세를 무너트릴 수도 있는 불안 요소였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장민재가 kt 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6.14/
한화 김성근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두 선수가 돌아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선발로테이션의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단 지난 11일 대전 LG전 때 베테랑 송신영을 선발로 투입해 로저스의 로테이션 공백을 잘 메웠다. 그리고 이태양의 선발 차례인 15일 수원 kt전 때는 오랫동안 2군에 머물던 외국인 투수 마에스트리를 넣으려 했다. 1차 계획은 이런 식으로 로저스와 이태양의 공백을 메우며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등장했다. 15일 kt전이 우천으로 취소된 것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호재다. 마에스트리를 쓰지 않고 이태양의 로테이션 공백을 건너 뛰었기 때문이다. 비상 체제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용중인 한화 벤치의 고민을 시원하게 씻어준 비였다.

우천 취소에 따른 효과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커지게 될 듯 하다. 하루의 휴식이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일단 16일에는 송은범이 지난 10일 대전 LG전 이후 5일 휴식 후 나오게 됐고, 19일 청주 넥센전에는 14일 수원 kt전에 등판했던 장민재가 다시 나오면 된다. 장민재는 4일 휴식이지만, kt전 때 2⅓이닝 동안 56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아 부담이 덜 하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윤규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1/
금요일과 토요일은 다소 유동적이지만 그래도 고민스럽진 않다. 윤규진과 마에스트리 그리고 송신영까지 선발 대기 요원들이 세 명이나 있기 때문. 여러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우선 1안은 마에스트리가 17일, 윤규진이 18일에 각각 나오는 것이다. 송신영은 불펜에 대기하며 중요한 순간에 나가면 된다. 마에스트리는 원래 지난 15일 kt전에 선발 예고된 바 있다. 그래서 17일 등판에 무리가 없다. 윤규진 역시 지난 12일 대전 LG전에 던졌기 때문에 5일을 쉬고 18일에 나오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불펜 경험이 풍부한 송신영을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주말 3연전에 마에스트리와 윤규진 송신영을 모두 쓰게 되면 다음주 로테이션 일정에 무리가 생길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 2안은 송신영이 17일, 윤규진이 18일에 나오고 마에스트리는 아예 다음주에 출격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송신영과 윤규진이 모두 5일 휴식을 보내고 재충전을 완료한 뒤 등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음 주(21~26일)의 5인 로테이션 일정을 무리없이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에스트리를 주말에 아끼면 21일과 26일에 두 번 활용할 수 있다. 그 사이 다른 토종 선발진(송은범 송신영 윤규진 장민재 순서)은 모두 5일 휴식 후 등판의 간격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불안 요소도 꽤 크다. 기량이 좋지 못한 마에스트리가 2번이나 선발로 나오게 된다는 점이다. 마에스트리는 기량 미달로 퇴출 위기에 있는 투수다. 2군에서 구위와 자신감을 끌어올렸다고 해도 완전히 믿긴 어렵다. 주 2회 선발 투입하는 건 모험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마에스트리가 두 경기 모두 최소 5이닝 이상을 버텨주며 호투하는 것이다. 이러면 마에스트리도 퇴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같은 여러 변수로 인해 로테이션 운용 상황은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의 최근 컨디션과 향후 일정, 김 감독의 승부 감각 등이 복잡하게 고려될 듯 하다. 그나마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짜내는 게 아니라는 점이 위안이다. 어쨌든 15일의 비는 한화 선발진의 운용폭을 다소 여유롭게 해준 건 틀림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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