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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가 5월 중순 이전에 9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면 메이저리그 전체에 소문이 나고도 남는다. 박병호를 모르는 메이저리그 투수는 없다. 그들의 박병호 분석이 본격화되는 느낌이다.
박병호는 2회말 첫 타석에선 몸쪽 빠른볼(92마일, 148㎞)에 파울팁 삼진을 당했다. 5회엔 1루수 파울 플라이, 7회엔 빠른볼(93마일, 150㎞)에 헛스윙 삼진, 볼 3개에 그대로 당했다. 올시즌 박병호는 타격 사이클이 매우 불안정하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안타→4경기 연속안타→4경기 연속 무안타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17일 디트로이트전 7회 펜스직격 2루타가 마지막 안타다.
박병호의 강점은 밀어쳐서도 관중석 상단에 볼을 꽂을 수 있고, 몸통스윙으로도 펜스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파워다. 하지만 아직은 빠른 볼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박병호는 올시즌 날린 9개의 홈런중 92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때린 홈런은 없다. 슬라이더가 3개, 커브가 1개, 컷 패스트볼(130㎞대 후반) 2개, 140㎞대 중반 직구가 3개다. 상대 투수들이 박병호 앞에서 손쉬운 먹잇감인 높은 슬라이더를 자주 던지지 않는다. 빠른 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승부구도 빠른 볼을 시도한다. 최근 이런 경향이 짙어졌다.
메이저리그는 국내야구에 비해 평균 구속이 8~9㎞ 정도 빠르다. 95마일(153㎞) 직구를 던지는 투수들은 모든 팀에 널려 있다. 제구력이 문제일 뿐이다.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만큼 주눅들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선 시간이 약이다. 경험이 쌓이면 차츰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눈에 익어야 몸이 반응한다.
박병호는 현명한 타자다. 지속적인 몸쪽공 승부를 위해 스스로 몸통스윙을 고안해 짧은 스윙에 힘을 싣는 법을 터득했던 그다. 또 득점권 타율 역시 훌륭하게 극복해낸 경험이 있다. 2014년 박병호의 득점권 타율은 0.292였는데 지난해는 0.375로 전체 4위였다. 적응기. 꼭 거쳐야할 시련이 온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