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근 감독이 밝힌 병원행의 속사정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4-15 10:33


"갑자기 확 어지럼증이 생기는 바람에…"


한화와 LG의 2016 KBO 리그 시범경기가 1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예정된 가운데 양팀 선수들이 훈련을 펼쳤다. 한화 김성근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3.15/
불면의 밤들이 이어졌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들, 자꾸만 어긋나는 계획들, 팀에 대한 부정적 여론. 김성근 감독(74)은 시즌 개막부터 열흘이 넘도록 밤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결국 탈이 났다. 프로 감독을 맡은 후 처음으로 경기 도중 건강 문제로 덕아웃을 비우고 말았다. 김 감독의 건강 뿐만 아니라 한화 이글스의 올 시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 때 5회를 마친 뒤 덕아웃을 비운 채 대전 을지대병원으로 가 응급 치료 및 정밀 검진을 했다. 이유는 갑작스러운 어지럼증 때문. 이상 징후가 있었다.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고사한 채 감독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몸이 좋지 않아 휴식을 취하고 계시다"며 양해를 구했다.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억지로 감독실의 불을 끈 채 쪽잠을 취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깊이 누적된 피로를 덜어낼 수 없었다. 끝내 사단이 났다. 김 감독은 프로 감독을 맡은 후 처음으로 경기 중 건강 문제로 덕아웃을 비우고야 말았다. 이날 밤 한화 구단은 "김 감독님의 혈압 및 어지럼증 검사 결과 정상으로 나왔고, 현재 몸상태 확인 차원에서 정밀 검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병원에서 돌아온 김 감독과 통화를 했다. 어지럼증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됐지만, 여전히 감기 기운 짙은 목소리에는 기운이 실려있지 않았다. 김 감독은 "팬과 여러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쳤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열흘 전에 걸린 몸살 감기 때문. 김 감독은 지난 주초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 홈경기 때부터 감기에 걸렸다. 그는 "몸살 감기기 쉽게 떨어지지 않네"라며 "계속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김 감독이 숙면을 취하지 못한 건 오래된 일이다. 불완전한 팀 상황 때문에 개막을 앞두고서도 밤새 고민하는 일이 많았다. 지난 3월28일 미디어데이 때도 개막 선발에 대한 질문에 "새벽 3시까지 고민했는데,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 바 있다.

이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는 급격히 치솟았다. LG와의 개막 2경기에서 모두 연장 역전 끝내기 패를 당한 한화는 현재 2승9패로 최하위다. 시즌 초반이지만, 팀 분위기나 전력이 심상치 않다. 이런 점 또한 김 감독의 잠을 달아나게 했다.

김 감독은 덕아웃을 비우게 된 상황에 관해 "의자에서 일어서는데 갑자기 확 어지러워지더라"고 했다. 결국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알린 채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진료를 마친 김 감독은 "이제 괜찮을 것이다. 아직 초반이고 남은 시간이 많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한화가 다시 굳건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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