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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프리미어12 일본대표팀 뒷얘기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12-28 20:07


2015년 한-일야구의 가장 큰 이슈는 11월에 열린 프리미어12였다. 한국과 일본 선수들은 2009년 WBC이후 6년만에 맞대결을 펼쳐 팬들의 관심이 컸다. 개막전에선 일본이 5대0의 완승을 거뒀지만 준결승에서 다시 만나서는 한국이 9회초 드라마같은 역전극을 펼치며 4대3으로 승리했다. 빅매치가 끝난지 한달이 지난 지금 전할 수 있는 일본대표팀의 취재 뒷얘기들이 있다.

프리미어12 개막전의 전날인 11월 7일. 필자를 포함한 한국취재진은 일본과의 개막전 선발투수는 김광현이라고 확신하면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선발투수는 김광현" 이라는 코멘트를 여유있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반면 일본대표팀은 다음날의 경기에 대비해 김인식 감독이 김광현을 선발로 기용한다는 말을 빨리 듣고 싶었다. 왜냐하면 일본은 한국의 개막전 선발로 김광현과 함께 차우찬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대표팀의 이나바 아쓰노리 타격코치는 개막전에서 승리한 뒤 "20% 정도는 차우찬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개막전 전날 오후 4시30분 김인식 감독과 고쿠보 히로키 일본대표팀 감독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일본은 개막전 선발투수에 대해 고쿠보감독이 이미 오타니 쇼헤이를 밝힌 상태. 기자회견에서 대표질문을 담당한 방송국 PD가 "일본은 선발예고를 했는데 한국은 누가 선발투수로 나올 겁니까"라고 질문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때 정식으로 "내일 선발은 김광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부터 일본 전력분석원들은 차우찬 선발이라는 20%의 예상을 버리고 김광현에 대한 준비에 집중했다.

일본은 개막전에서 한국에 5대0으로 이겼지만 준결승에서는 3-4로 역전패 했다. 준결승이 끝난 뒤 이틀후 만난 가토리 요시타카 투수코치는 "한국 타자들의 장타 능력이 대단했다"며 한국 타자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박병호는 타석에서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타자중에 타격기술이 높은 선수는 별로 없었습니다. 단 한 명 이대호를 제외하고요"라고 했다.

실제로 일본 투수들은 한국타선을 잘 막아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는 9회초 이대호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일본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에게 이대호를 막아내지 못하면 승리는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결과였다.

준결승에서 일본이 한국에 패한 원인 중 가장 큰 것으로 투수 계투가 꼽혔다. "7회까지 1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했고 투구수에 여유있던 오타니 쇼헤이를 왜 강판시켰을까"라는 의문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 또 9회의 투수기용에 대해서도 비판이 집중됐다. 그것에 대해 가토리 투수코치는 "투수계투는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나오는 투수도 자기 역할을 잘 했습니다. 경기 흐름이 한국으로 가면서 한국타자들이 경기에 집중을 잘해서 졌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경기후 패인에 대해 "나의 계투미스"라고 했다. 투수코치와 감독이 다른 말을 하는 배경. 그 이유에는 고쿠보 감독이 프리미어12에 앞서 코치들에게 지시한 한 마디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선수의 책임이 되지 않게 합시다." 선수 개인 사정 등 다른 이유가 있어도 그것을 숨기고 모든 책임을 감독이 짊어진다는 것이 방침으로 서 있었다.

고쿠보 감독의 임기는 2017년 WBC까지다. 이번에 핑계를 대지 않고 대표팀 내에서 '비밀'을 공유하는 것으로 선수와 코칭스태프와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WBC 우승컵 탈환의 힘이 된다고 고쿠보 감독은 생각하고 있었다.

김인식 감독이 "예선돌파가 목표"라고 했던 한국이 우승하고, 고쿠보 감독이 "우승이 목표"라고 한 일본이 3위로 끝난 프리미어12. 한일전(일한전)은 항상 예상치 못한 결과와 재미를 준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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