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나란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미네소타)와 김현수(볼티모어)는 스타일이 대척점에 서 있다. KBO리그 4년 연속 홈런왕에 빛나는 박병호는 파워맨이다. 강한 손목힘과 몸통스윙만으로도 펜스를 넘길 수 있다. 김현수는 선구안이 탁월하다. 여간해선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 임팩트가 좋고, 구질에 상관없이 자기 스윙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똑딱이 스타일'도 아니다. 정확히, 멀리 치는 타자다.
이제 노는 판이 달라진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볼스피드는 KBO리그보다 평균 10㎞ 안팎이 빠르다. 변화구의 꺾이는 각이 훨씬 날카롭다. 구장은 편차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크다. 이동거리도 만만찮다. 페넌트레이스는 162경기에 달하는 체력전이다.
|
◇지난달 29일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의 계약을 위해 미국에 출국 직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병호. 인천공항=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5.11.29. |
|
낯선 언어, 다른 문화에서의 첫 시즌. 박병호와 김현수는 KBO리그 최고타자였지만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문제는 적응력이다. 1년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는 잡초처럼 살아남았다. 새로운 것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뭔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박병호와 김현수 둘중 누가 2016년 메이저리그 적응 승자가 될까.
|
◇지난 25일 볼티모어와 입단계약을 한 뒤 귀국한 김현수. 손에 박힌 굳은살이 인상적이다. 인천공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2. 25/ |
|
미국에서 둘에 대한 활약 예상은 지난해 강정호에 비해선 후하다. 한국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은 강정호의 활약 덕분이기도 하지만 KBO리그에서 보여준 박병호와 김현수의 데이터 자체가 훌륭했다. 박병호는 2년 연속 50홈런을 넘긴 KBO리그 최초 선수다. 김현수는 선구안 끝판왕이다. 볼넷은 101개로 전체 3위인데 삼진은 63개에 불과하다. 삼진 1위는 박병호로 161개였다. 김현수의 삼진 수는 박병호의 40% 수준이다.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은 리그 최하다.
통계전문프로그램 ZIPS는 박병호의 경우 타율 0.266 27홈런 84타점을 예상했다. 현실이 된다면 대박이다. 올해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25위, 아메리칸리그 홈런 15위 수준이다. 84타점은 아메리칸리그 21위.
같은 프로그램의 김현수 예상성적표는 타율 0.269 20홈런 64타점이다. 박병호에 비해 약간 뒤지지만 이대로라면 대성공이다. 김현수가 몇개의 홈런을 칠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김현수는 올해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28홈런을 때려냈다. 볼티모어 홈구장인 캠든 야드는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우측 펜스까지의 거리는 97m다. 좌측은 101m다. 잠실구장보다 수월할 수 있다.
이 모든 예상성적은 둘이 주전으로 활약한다는 것을 바탕에 깔고 있다. 확실한 주전자리를 틀어쥐는 것이 먼저다. 스프링캠프부터 빅리그 자리싸움은 시작될 것이다. 내년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 '새내기' 입장에선 마냥 인내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건은 적응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 실력 발휘는 그 다음이다. 단점 보완도 중요하지만 장점 부각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