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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야구씨앗을 뿌린 김성한 감독, 그는 독립구단을 꿈꾸고 있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12-03 14:11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2일 전남 나주 영산강변 영산저류지 구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구장에는 정규 규격의 야구장 4개면이 조성돼 있다. 나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1980~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 전성시대의 주역인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57)은 많은 이들에게 '전직'으로 기억되는 야구인이다. '해태왕조'의 마지막 사령탑이었고, KIA 타이거즈 초대 감독을 거쳐 한화 이글스 수석코치를 지냈다. 모교인 군산상고에서 까마득한 후배를 지도한 적도 있고, 현직을 떠나 있는 동안에는 광주지역방송에서 야구를 해설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그는 3할 타자이자 타점왕이었고, 10승 투수였다. 한시즌 30홈런 시대를 열었으며, 세 차례 홈런왕에 오른 슈퍼스타다.

화려한 프로 세계에서 살짝 비켜서 있지만, 김 전 감독은 요즘 선수, 프로야구 지도자에 이어 야구인생의 세 번째 챕터를 왕성하게 채워가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 광주시야구연합회장과 나주시야구협회(회장 신금석) 상임부회장. 김 전 감독의 현재 직함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게 있다. 나주 시민들에게 김 전 감독은 야구 불모지에 씨앗을 뿌린 '야구 전도사'이다.

전남 나주시 영산강변 영산동 저류지에는 정규 규격(좌우 펜스 95m-중앙 펜스 120m) 야구장 4개면이 자리하고 있다. 하천부지라 잔디를 깔지 못하는 등 제약이 있는데, 마사토로 그라운드를 정돈하고, 배수 시설을 갖췄다. 이 야구장에서 2013년과 2014년 여름에 KBO총재배 유소년야구대회, 지난 8월에는 KBO총재배 중학교야구대회가 열렸다. 내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중학교대회가 개최된다.

유소년대회에 280여개, 중학교대회에 150여개 팀이 참가했다. 여름방학기간에 전국에서 학생선수, 학부모들이 몰려들자 나주사람들의 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경기장을 만들고 대회 유치에 발벗고 나선 이가 김 전 감독이었다. 강인규 나주시장을 설득해 야구장을 조성하고, 대회 지원을 끌어내 이뤄진 일이다. 야구인 '김성한'의 힘이다.

김 전 감독과 나주시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인 소개로 나주에 야구테마파크를 계획했는데, 부지 확보가 어려워 뜻을 접어야 했다. 사업이 무산되자 김 전 감독은 유소년 야구로 눈을 돌렸다. 제대로 된 야구팀 하나 없던 나주에 세지중(2013년), 나주북초등학교(2014년) 야구부가 문을 열었다. 지자체와 학교장, 학부모를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감독 선임까지 김 전 감독이 책임졌다.


김성한 한화 이글스 수석코치(오른쪽)가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과 경기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수홍 CMB 광주방송 야구해설위원은 "김 전 감독이 사욕없이 진심으로 다가갔기에 가능한 일이다. 창단 초 어려움이 컸던 지도자에게 김 전 감독이 개인돈으로 용돈, 자동차 기름갑을 쥐어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김 전 감독은 왜 화려함과 거리가 먼 궂은 일에 뛰어든 것일까. 2일 나주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김 전 감독의 휴대폰은 쉴새없이 주인을 찾았다. 주로 야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지자체와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기업 이름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새 야구장, 실내훈련장 조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오전에도 김 전 감독은 나주시청을 찾아가 강 시장을 만나고 왔다고 했다.


"야구 덕분에, 야구를 통해 여기까지 왔다. 내 인생의 전부가 야구인데, 영원한 야구인으로서 소임을 하고 싶다. 사실 야구 관련 일을 안 해도 마음 편하게 살 수는 있지만, 야구가 뿌리를 내리고 커가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큰 보람을 느낀다. 큰 돈을 써가며 기여하기는 어려워도, 내가 갖고 있는 재능과 기술을 할용할 수 있다면, 야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다."

나주혁신도시에 음식점을 낸 김 전 감독은 얼마전 완전한 나주시민이 됐다. 주소지를 광주시에서 나주시로 옮겼다.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사실 오해, 시샘도 적지 않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김 전 감독은 "야구을 하면서 돈을 챙기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야구와 관련된 일로 돈을 번 일이 없다. 내가 사면 샀지 밥 한번 얻어먹은 적이 없다"며 쓴웃을 지었다.

김 전 감독은 지역 내 고교야구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인 한 고등학교 동문회 회장을 만나러 서울까지 찾아간 적도 있다. 성사 단계였는데, 지금은 다소 주춤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조만간 바뀐 학교 이사장을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세지중 출신 선수가 '야구명문' 광주일고, 화순고, 군상상고로 진학하는데, 나주에 고교팀이 생기면 지역에서 계속해 야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김 전 감독의 머릿속엔 또다른 꿈이 자리하고 있다. 독립야구팀 창단이다.

김 전 감독은 한국독립리그(KIBL) 창단준비위원회에 임원으로 참가했다. 한국독립리그는 이달 중에 사무국을 개설해 창단 유치 설명회를 열고,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다수의 야구인들이 여러가지 직함을 갖고 독립리그 출범을 위해 나섰다. 내년 3월에 북부리그 2개팀, 남부리그 2개팀, 총 4개팀으로 리그를 시작할 예정이다.

경기권에 2개팀, 남부지역에 2개팀 창단이 목표인데, 김 전 감독의 나주가 유력한 후보다. 프로에서 실패한 선수,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 야구를 놓지 못하는 이들을 모아 팀을 꾸리게 된다.


해태 타이거즈 감독 시절의 김성한 감독. 스포츠조선 DB
김 전 감독은 "프로에서 실패했다고 해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선수가 많다. 잠재능력을 뒤늦게 꽃피우는 선수도 적지 않은데, 열정이 넘치는 이런 선수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독립리그 팀을 창단하고 운영하려면 당연히 후원 기업, 스폰서를 찾아야 하고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또한 김 전 감독이 발벗고 나서서 해결해야할 문제다.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그는 "충분히 시도해볼만 하다"고 했다. 독립리그가 한국야구를 살찌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독립구단 출범을 위해서는 조금 더 좋은 시설을 갖춘 새 구장, 실내훈련장이 필요하다. 요즘 김 전 감독이 어느 때보다 바쁜 이유가 여기 있다. 여전히 '야구인 김성한'은 존재감이 큰 사람이다.

나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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