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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 전성시대의 주역인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57)은 많은 이들에게 '전직'으로 기억되는 야구인이다. '해태왕조'의 마지막 사령탑이었고, KIA 타이거즈 초대 감독을 거쳐 한화 이글스 수석코치를 지냈다. 모교인 군산상고에서 까마득한 후배를 지도한 적도 있고, 현직을 떠나 있는 동안에는 광주지역방송에서 야구를 해설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그는 3할 타자이자 타점왕이었고, 10승 투수였다. 한시즌 30홈런 시대를 열었으며, 세 차례 홈런왕에 오른 슈퍼스타다.
유소년대회에 280여개, 중학교대회에 150여개 팀이 참가했다. 여름방학기간에 전국에서 학생선수, 학부모들이 몰려들자 나주사람들의 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경기장을 만들고 대회 유치에 발벗고 나선 이가 김 전 감독이었다. 강인규 나주시장을 설득해 야구장을 조성하고, 대회 지원을 끌어내 이뤄진 일이다. 야구인 '김성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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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감독은 왜 화려함과 거리가 먼 궂은 일에 뛰어든 것일까. 2일 나주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김 전 감독의 휴대폰은 쉴새없이 주인을 찾았다. 주로 야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지자체와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기업 이름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새 야구장, 실내훈련장 조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오전에도 김 전 감독은 나주시청을 찾아가 강 시장을 만나고 왔다고 했다.
"야구 덕분에, 야구를 통해 여기까지 왔다. 내 인생의 전부가 야구인데, 영원한 야구인으로서 소임을 하고 싶다. 사실 야구 관련 일을 안 해도 마음 편하게 살 수는 있지만, 야구가 뿌리를 내리고 커가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큰 보람을 느낀다. 큰 돈을 써가며 기여하기는 어려워도, 내가 갖고 있는 재능과 기술을 할용할 수 있다면, 야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다."
나주혁신도시에 음식점을 낸 김 전 감독은 얼마전 완전한 나주시민이 됐다. 주소지를 광주시에서 나주시로 옮겼다.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사실 오해, 시샘도 적지 않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김 전 감독은 "야구을 하면서 돈을 챙기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야구와 관련된 일로 돈을 번 일이 없다. 내가 사면 샀지 밥 한번 얻어먹은 적이 없다"며 쓴웃을 지었다.
김 전 감독은 지역 내 고교야구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인 한 고등학교 동문회 회장을 만나러 서울까지 찾아간 적도 있다. 성사 단계였는데, 지금은 다소 주춤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조만간 바뀐 학교 이사장을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세지중 출신 선수가 '야구명문' 광주일고, 화순고, 군상상고로 진학하는데, 나주에 고교팀이 생기면 지역에서 계속해 야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김 전 감독의 머릿속엔 또다른 꿈이 자리하고 있다. 독립야구팀 창단이다.
김 전 감독은 한국독립리그(KIBL) 창단준비위원회에 임원으로 참가했다. 한국독립리그는 이달 중에 사무국을 개설해 창단 유치 설명회를 열고,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다수의 야구인들이 여러가지 직함을 갖고 독립리그 출범을 위해 나섰다. 내년 3월에 북부리그 2개팀, 남부리그 2개팀, 총 4개팀으로 리그를 시작할 예정이다.
경기권에 2개팀, 남부지역에 2개팀 창단이 목표인데, 김 전 감독의 나주가 유력한 후보다. 프로에서 실패한 선수,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 야구를 놓지 못하는 이들을 모아 팀을 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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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구단 출범을 위해서는 조금 더 좋은 시설을 갖춘 새 구장, 실내훈련장이 필요하다. 요즘 김 전 감독이 어느 때보다 바쁜 이유가 여기 있다. 여전히 '야구인 김성한'은 존재감이 큰 사람이다.
나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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