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세상 일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어제 구두쇠였다가도 오늘 돈을 펑펑 쓸 수 있다. 이 행위 자체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왜'다. 도대체 왜 돈을 펑펑 쓰는 것인가.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보상 심리에서 나온 이른바 '돈질'인지, 아니면 그런 엄혹한 시기를 다시 겪지 않기위해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합리적 투자인지. 가치 판단은 '왜'를 생각해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특히 이 시기의 한화 구단, 특히 프런트의 능력은 최악으로 평가되곤 했다. 구단 운영에 있어 장기적 관점의 비전이나 플랜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선수단의 리빌딩은 갈수록 늦어졌고, 평균 연령은 늘어나기만 했다. 당연히 기량은 갈수록 퇴보했다. 심지어 2010년 주전 3루수인 송광민이 시즌 초반에 갑작스럽게 영장을 받고, 갑자기 군에 입대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당시의 한화 프런트 수뇌부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팀을 운영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연히 팀을 위한 투자도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낡은 대전구장의 시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이 때의 한화는 2군 전용숙소나 훈련장도 따로 없었다. 당시 대전 용전동에 있던 구단 사무실 옆에 '일승관'이라는 이름의 450여평 규모 실내연습장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는 불펜 및 배팅 연습 정도만 할 수 있었다. 2군은 구단 전력의 미래다. 그러나 이 미래를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는 당시까지만 해도 전혀 없었다.
기존 간판 선수만 계속 돌려쓰면서 미래를 위한 인프라 투자나 선수영입을 도외시한 결과, 한화는 2010년대 최악의 팀으로 전락했다. 2007년 이후 8년째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5시즌 이나 꼴찌(2009~2010, 2012~2014)에 머물렀다. 2013년에 기록한 승률 3할3푼1리(42승85패3무)는 1988년 이후 팀 최저승률이었다.
이런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한 시도를 해야만 한다. 감독만 바꾸고, 선수 몇 명 데려온다고 해서 개선될 부분이 아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보이더라도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냉혹한 경쟁이 벌어지는 프로야구의 생태계 안에서 멀리 앞서가는 다른 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결국 돈을 쓸 수 밖에 없다.
사무실에 앉아 이상론만 펼치며 "과도한 지출은 곤란하다"고 하는 건 이전의 '무능하다'는 비난만 받았던 프런트가 늘 보여왔던 모습일 뿐이다. 이런 구태의연한 모습을 벗어나야만 한화는 다시 비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변신을 위한 지금의 과감한 투자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은 당장 팬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한화는 올해 3년 연속 꼴찌의 오명을 벗으며 역대 최다관중을 돌파했다. 암흑기를 경험한 팬들은 지금 한화의 노력에 뜨거운 호응을 보내고 있다. 과감한 투자가 빚어낸 성과의 일부분일 뿐이다. 지속적 투자는 향후 더 큰 결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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