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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이 축구를 했다면 장신의 스트라이커가 됐을 지도 모른다. 골프를 쳤다면 장타자가 됐을 수도 있다.
2012년에 입단한 구자욱은 올시즌 1군에 처음 올라와 116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푼9리, 97득점, 11홈런, 57타점, 17도루를 기록하며 타격 3위의 엄청난 방망이 실력을 보여줬다. 삼성의 톱타자로서 팀의 정규리그 5연패에 큰 보탬이 됐다.
구자욱은 "이런 자리에서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감사드린다. 떨려서 말을 잘 못하겠는데 부족하지만 믿고 경기에 내보내 준 류중일 감독 감사드린다. 코치님도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아플 때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치료잘 해주신 트레이너님들께도 감사드린다"라고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신인왕으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 더 큰 꿈과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겠다. 많은 응원을 해주신 삼성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항상 걱정만 하시는 부모님께서 이제는 걱정을 조금만 하셨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좋은 모습 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구경회씨(56)는 구자욱에게 야구를 시킨 일화를 공개하기도. "(구)자욱이의 형이 축구 선수여서 축구 경기 때마다 같이 가서 보다보니 (구)자욱이가 축구를 하고싶어 했다. 하지만 두 명이 모두 축구를 하는 게 안 좋을 거 같았다. 골프를 시켜봤는데 바로 공을 딱딱 맞히더라. 골프를 시킬까하다가 야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친한 야구감독에게 맡겼다"라고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구자욱은 경복중-대구고를 졸업하고 2012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상무시절까지 3년간 2군에서만 뛰었던 구자욱은 올해 처음으로 1군에 올라오자마자 폭발적인 타격을 보이며 단숨에 신인왕에 올랐다.
어머니 최은숙씨(52)가 말하는 아들 구자욱은 '성숙한 막내'였다. 최씨는 구자욱이 인터뷰를 무뚝뚝하게 한다는 사회자의 말에 "자욱이가 막내라서 집에서는 귀엽고 애교도 많다"라고 했다. 최씨는 시상식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한번도 걱정을 안긴적이 없는 착한 아들이다. 알아서 다 했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주위에서 많이 먹이라고 하신다. 많이 먹는대도 체질이 그래서인지 살이 안찐다. 나잇살도 먹고 하다보면 살도 찌고 하지 않겠나"라며 웃은 최씨는 "우린 그저 부모로서 할 것을 했을 뿐인데 자욱이가 고생한 우리에게 항상 효도하겠다라고 한다. 고마운 아들이다"라고 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곧바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여해 내년시즌 준비에 들어간 구자욱은 26일부터 경산에서 훈련을 한 뒤 비활동기간인 12월부터는 개인훈련에 들어간다. 구자욱은 "체력과 힘을 키워야 한다. 올해도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져 부상을 입었다.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감독님께서 (훈련을) 많이 하는 사람을 못 이긴다고 하셨다. 많이 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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